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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 M&A 힘든 까닭
국가안보 영향 우려, 정부 승인 필요
재산권 자율적 행사침해 논쟁 계속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23일 마무리된다. 이런 가운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촉발된 여러 쟁점사항이 22일 고려아연의 기자회견을 통해 환기됐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지정을 신청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구체 제조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으며, 자료제출 후 2차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알렸다.

제조 및 정보통신(IT) 기술 유관기업의 경우 국가핵심기술 보유 여부는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자부심의 원천이자 차별화 요소다. 다만 기술적 가치로 인해 지분매각 및 투자유치 과정에서 주요 논쟁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이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국가로부터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받아 기술을 개발했을 경우, 이러한 국가핵심기술을 외국기업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것이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의 골자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보유지분을 외국에 매각하기에 앞서 이를 산업부에 신청 접수하면 산업부는 검토·협의하고,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심의한 이후, 산업부가 최종 결정한다. 국가로부터 R&D 비용을 지원받지 않은 경우에는 승인이 아닌 신고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신고수리 순서에 차이가 있을 뿐 전체적인 과정은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심사는 매각 성사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어 기존 포트폴리오의 투자금회수(엑시트)를 꾀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경우 거래(딜) 초반부터 중요하게 고려해왔다.

실제로 PE 투자 기업 중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의 경우 인수부터 매각까지 난관이 상당했다. 2020년 방산 유압기기 제조사 두산모트롤 인수전 당시에는 외국계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 이후 기술유출 우려가 높지 않다는 점을 소명했으나 인수전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유도무기, 함정 등에 납품되는 방산용 유압장치를 제조·판매하는 까닭에 중국 건설장비 제조사 XCMG 또한 엇비슷한 이유로 매도자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외에 베인캐피탈은 2022년 휴젤 매각 당시 김·장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통해 외국 주주에 매각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득해 인허가를 승인받았다. 휴젤이 보유한 보톨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상태였는데 인수자 GS 컨소시엄이 중국·싱가포르·중동 등 해외자본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것이 승인심사의 고려요소가 됐다.

다만 국가핵심기술을 이미 보유하던 두산모트롤 및 휴젤과는 달리 고려아연은 심사단계를 밟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고려아연은 2차전지의 소재가 되는 광물 중 하나인 전구체 제주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으며 이에 대한 산업부 심사가 진행임을 밝혔다. 산업 및 재계에서는 국가핵심기술 보호 실효성 논의가 한창이다. 해외와 사업상 접점이 상당한 기업의 경우 기업의 재산권 침해 시비 및 M&A 제약 비판이 존재한다. 이에 지정된 국가핵심기술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지정을 해제하는 ‘기술일몰제’ 도입 행정예고가 2022년 진행됐으나, 기술 보호기간 설정과 재평가 절차 마련 등의 이견으로 인해 관련 방안을 다시 논의하는 단계다. 노아름 기자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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