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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K가 쏘아올린 ‘지배구조 개선’
PEF의 변심①
한국타이어·고려아연 사례 변곡점
‘FI→경영권 확보’로 전략 전환
일부선 ‘투자공백 메우기’ 분석
PE 새 투자전략 행보에 이목집중

MBK파트너스가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총대를 멨다. 대기업의 비핵심 자산 인수 등을 통해 운용자산 규모를 키우다 돌연 재벌 중심 지배구조를 문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쥐고 흔드는 권력을 해체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타이어그룹에 이어 고려아연이 MBK 사정권에 들어왔다. MBK가 지배구조라는 거대 담론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투자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공존한다. 누구보다 재벌에 익숙한 PE가 재벌 중심의 한국형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는 PE의 변심을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PEF) 업계에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소수 지분으로 기업 사유화를 시도하는 오너와는 분쟁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타이어그룹에 이어 고려아연이 대표적 사례다. 재벌기업과 유대를 형성해 온 PE의 역사를 감안하면 깜짝 놀랄 만한 행보다.

시장에서도 MBK처럼 PE가 더 이상 재무적투자자(FI)로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지속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을 갖지만 투자 전략에 있어 새로운 문이 열렸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70억달러(약 9조원) 안팎을 목표로 6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이다. 현재 8조원가량 조달을 마친 상태며 해당 재원을 활용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바이아웃)에 나섰다.

고려아연 딜의 경우 MBK 연혁은 물론 PE 업계에도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FI로 익숙했던 PE가 기존 경영진과 대척점에 서서 경영권 확보라는 목적도 일부 달성했다.

이미 작년부터 한국타이어그룹을 통해 지배구조 문제의 운을 띄운 상태다. 당시에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다. 다만 조 회장 주식 소유 비율이 40%가 넘어 그를 저지하지 못하고 MBK의 M&A 목표는 실패했다.

시장 관계자는 “MBK는 앞으로 행동주의 성격의 투자를 많이 할 것 같고 다른 운용사 역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미국이나 일본 시장에서는 익숙한 투자 전략이며 고려아연처럼 국가기간산업 성격을 가진 예민한 사례가 아니라면 주주 호응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연초부터 집안 다툼이 지속 중인 한미약품 역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PE의 바이아웃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국가의 상징과도 같던 기업 도시바가 주주와 사외이사 압박을 받고 매각돼 PEF 컨소시엄 품에 안긴 바 있다.

물론 MBK는 뚜렷한 철학보다는 투자처 고갈에 따른 대안적 행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고려아연 딜에서는 영풍, 한국앤컴퍼니 때는 조현식 고문 등과 손잡은 탓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외치고 있으나 지배주주의 한 쪽 편을 드는 구도를 피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MBK의 이 같은 행보는 주무대 중 하나였던 중국 투자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대치를 밑도는 경제성장률, 미국과의 무역 분쟁 등으로 투자에 비우호적인 환경이다. MBK 역시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인 시점에 6호 펀드 규모는 직전 대비 증액했으니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세간의 평가와 별개로 김병주 MBK 회장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은 확인된다. 올해 연례서한에서 그는 한국 기업은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투자 가치가 저평가돼 있고 이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모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직접 지배구조 문제를 손 본다고 나선 만큼 고려아연의 투자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재벌 기업과의 대결 구도 역시 관전포인트다. PE의 성장 배경에 재벌 대기업 역할이 상당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PE는 우량한 비핵심 자산을 인수해 운용 역량을 키우고 대기업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상부상조 거래는 M&A 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PE가 주도하는 M&A 비중은 줄곧 2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MBK 역시 지난해 SK온 지분 투자, 올해 SK스페셜티 예비입찰 참여 등 대기업에서 파생되는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상장사 기업가치를 개선했다는 사례는 적지 않게 볼 수 있다”라며 “대기업과 경쟁구도를 만들었다기보다는 MBK가 새로운 투자 영역을 열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심아란 기자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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