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 20년, 25개 브랜드
쌀과자 등 현지화 제품 시장 개척
연매출 5000억 눈앞...건강 공략
정종연 오리온 베트남 법인 마케팅 상무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현지 소비자에게 맞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리온 제공] |
“베트남 제과 시장은 젊은 층의 소비를 바탕으로 2조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오리온이 시장 점유율 24%로 1위입니다. 초코파이뿐만 아니라 젤리, 쌀과자 등 현지화 제품도 성과를 내고 있죠.”
정종연(50) 오리온 베트남 법인 마케팅 상무는 2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초코파이로 시작한 현지 전략을 스낵과 비스킷 등으로 확장해 정직한 신뢰를 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리온은 2005년 베트남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호찌민에서 생산시설을 가동했다. 2009년에는 파이와 비스킷의 주요 시장인 북부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하노이에 제2공장을 세웠다.
정 상무는 2005년 오리온에 입사해 2007년 1월부터 베트남 업무를 맡았다.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영업 판매 조직을 꾸리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는 “베트남 투자 계획에 포함된 초코파이, 커스타스, 오스타(감자칩), 투니스의 제품 개발과 브랜드 출시 임무를 담당했다”며 “4개의 초창기 브랜드는 연간 2600억원의 매출액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58%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초코파이, 포카칩, 고래밥 등 2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정 상무는 “제품 단가가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물량은 두 배가 팔린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경제 성장과 더불어 현지 제과 시장과 물량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화 제품 연구도 꾸준하다. 쌀과자 ‘AN’은 2019년 출시 이후 연 매출 600억원을 넘본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의 자포니카 품종을 사용하고, 직접 화덕에 구워 식감과 쌀 향을 극대화한 것이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리온은 AN을 몽골과 인도네시아에도 수출 중이다.
현지 젤리 시장에서도 오리온이 으뜸이다. 지난 2021년 ‘붐 젤리’를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하자마자 1위에 올랐다. 오리온은 현지 사업 초기에 베트남 젤리 시장이 높은 기온과 열악한 거래 환경으로 유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돌파구는 있었다.
정 상무는 “당시 글로벌 1위 브랜드인 ‘하리보’도 진열 환경이 좋은 대형마트 등에서만 판매되고 있었다”며 “오리온은 과일 젤리를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게 한 봉지에 250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딱딱하지 않으면서 높은 온도에서 녹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전했다.
현지 사회와 교감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베트남 법인은 현재 ‘정 나눔’의 의미를 담아 ‘Tinh(띤·情)’을 주제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감자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연간 1.7만톤 가량의 감자를 수급하고 있는 베트남 법인은 2016년부터 9년간 감자 농가를 대상으로 농기계, 연구시설,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 법인과 함께 소비자 이벤트도 펼쳤다. 추석을 맞아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유학생들에게 오리온 베트남 제품을 선물했다.
베트남 법인의 연 매출은 이제 5000억원이 눈앞이다. 2010년 매출 1069억원에서 지난해 4755억원까지 성장한 데 이어 추가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 상무는 “예전과 달라진 것은 현지 직원들의 역할”이라며 “전사적으로 대부분 직무에서 현지인이 중간 관리자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회사가 하나의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든다면 오리온은 시장별 특성과 규모에 따라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룰 역량이 있다”면서 “미래 먹거리 트렌드로 주목받는 건강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현지 소비자에게 맞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석준 기자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