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일본 세토나이카이는 시코구와 혼슈 남부 사이의 바닷길이다. 이곳을 통해 고대~현대 한일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히로시마 센쇼지. 처음 보는 순간 친근감이 훅 들어왔다.[함영훈 기자] |
세토나이카이 지도 |
히로시마와 마쓰야마(시코쿠 에히메현)는 세토나이카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조선통신사 방일 축제를 즐겼다. 특히 히로시마에선 조선통신사 축제도 매년 열린다. 관련 기록물은 한일 공동등재 유네스코 기록유산이다.
돗토리현은 히로시마와 오카야마 북쪽, 동해에 면하는 청정지역이다. 이들 모두 도쿄의 군부세력 또는 교토의 일 왕실로부터 외면받던 일본내 귀양지였다. 영주는 성을 크게 지어서도 안되고, 무기를 많이 보유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는 안빈낙도하려는 ‘밀려난 귀족’들의 정원문화가 발달한다.
히로시마 정원 |
한국정벌론이 고개를 들던 중세와 근세 등 몇 번의 시기에 도쿄와 교토 등 일부 지역에선 한국(도래인,야요이) 흔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귀양지인 히로시마 등 이들 혼슈 남서부에는 한국형 전각 등이 의외로 많이 남아있다. 정원문화 발달로 아름답고, 개발의 손때가 덜 묻어 환경보호가 잘 돼 있다.
그리고 히로시마에는 일본 전범들을 혼내주기 위한 연합군의 공습 과정에서 희생당한 한국인들의 위령비도 있다.
미야지마섬의 신사 이쓰쿠시마 신사의 물속 일주문 문양은 세계적인 디자인 컨셉트로 자리잡았다.
히로시마 미야지마 이쓰쿠시마 신사 |
이곳으로 좀 더 편하게 여행가는 루트가 토종 벤처 출신 ‘여기어때’ 여행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돗토리, 마츠야마, 히로시마, 시즈오카를 여행할 때 사용하는 총 11만원 상당의 쿠폰을 제공한다. 여기어때가 해외여행객 전체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최대 8% 쿠폰와 함께 적용할 수 있어, 숙소 할인폭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돗토리는 일본에서 가장 웅장한 사구가 유명한 도시로, 자연 속 여유를 찾는 여행객들이 몰린다. 사구는 한국쪽에서 불어오는 서풍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한국 서해 태안,대청도 등에도 유럽쪽에서 불어오는 서풍의 영향을 받아 사구가 많다. 최근 들어 돗토리는 옛 철길에 대나무숲이 확장되어 자란 대숲이 포토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돗토리 철길 대숲 |
마츠야마의 경우, 일본의 가장 오래된 ‘도고 온천’이 유명해, 수백년을 이어온 목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시즈오카는 후지산 덕에 여전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들어 통제가 좀 심해졌다.
여기어때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도시들의 지난 9월 숙소 예약 건수는 상반기 일본 여행이 집중됐던 5월과 비교해 약 56% 급증했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대도시로 집중한 여행객이 분산됐고, 최근 직항 노선도 운항이 활발해 관심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마쓰야마 |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국인 자신이 전쟁 피해국인 것 처럼 포장하기 위해, 히로시마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세게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오도된, 정반대의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다.
전범 나치 독일 같은 절절하고 진정성 있는 사죄가 있고, 독도영유권 주장, 욱일기 사용을 포함해 침략적 언행 조차 없을 때 까지, 동아시아 외교의 상수(常數) 중 핵심으로 지속될 ‘일본의 표리부동적 침략 야심’에 유념해야 한다. 이런 짓만 안하면 여권 없는 한일교류가 가능하다.
노벨상의 오랜 전통은 유럽,미국 중심주의 속에 딱 일본만 끼워넣어 과거 제국주의 국가 끼리 나눠먹던 것이다. 근년들어 조금 관행이 바뀌어, 옛 제국주의 아닌 나라의 업적을 실력으로만 평가해 가끔 끼워넣어 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인 위령비 설명비문 |
히로시마에서 우리는 아직 일본내에서 덜 지워진 우리의 옛 흔적과 조선통신사 문화를 재발견할 수 있고, 청정 자연과 경관을 즐기며, 일본 전범들에 의해 희생된 우리 선조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목해야할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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