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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사금융 대응 ‘한계’ 마주한 정부…“민간 채무교섭업 도입해야”[사채 탈출기⑥]
불법사금융 늘어나는데 ‘피해 회복’ 전문 기관 없어
정부 및 지자체도 지원 ‘한계’ 봉착…사설 업체도 등장
채무교섭업 도입 요구…과도한 수수료 수취 등 우려도
‘비영리 채무교섭업’ 절충안 제시…“부작용 적을 것”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정호원 기자] 불법사금융 피해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피해 회복 영역에서의 정부 공백을 채우기 위한 비영리 채무교섭업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미등록대부업자의 불법추심·최고금리 초과 피해 등에 있어 관련 대응 경험을 갖춘 인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 채무자대리인 지원 제도 등은 피해자들에 실질적인 지원 인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0월 17일부터 개인채무자보호법(개인금융채무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란 법률)이 시행된다.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채무자가 은행, 카드사 등 금융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이다.

당초 해당 법 시행령의 원안에는 채무조정교섭업 도입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제도는 채무자와 계약한 교섭업자가 금융사 등과 채무 협상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인 채무자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고, 채무 당사자들 간 협상력 균형을 잡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채무조정교섭업 도입에 대한 추심업계 등 반발이 거세지며, 최종안에서 관련 내용은 제외됐다. 한 신용정보업계 관계자는 “금융 시스템 자체의 혼란이 문제”라며 “이미 금융사로부터 업무를 수탁받은 채권추심회사가 채무조정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무조정교섭업이 신설될 경우 추십업의 기능 자체가 악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미 파산·회생 관련 업무를 통해, 포괄적인 채무조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법조계의 반발도 컸다. 채무조정교섭업자의 과도한 수수료 수취 등 부작용 발생도 우려되는 사항 중 하나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채무교섭업자를 양성화해 당국에서 관리·감독을 시행했다가, 따로 불법적인 수수료 편취 등이 발생하며 관리가 안 됐다”면서 “현실적인 관리·감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의 구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의 하나로 채무조정교섭업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정부가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에 제공하는 채무자대리인 선임 지원 제도 등이 실질적인 구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각 지자체 등에서는 채무 조정 및 불법사금융 피해 회복을 위한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 자체가 설립되지 않은 지자체도 존재하는 데다, 센터별 업무영역 및 수혜 정도에서 격차가 큰 상황이다. 예컨대 서울특별시는 관련 센터를 13곳을 운영하는 데 이어 청년 대상 전문 상담센터를 열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광역시 등 일부 지역에는 관련 기관이 없다.

지자체의 한 금융복지상담센터 관계자는 “지자체들 중에서는 불법사금융 피해 관련 대응을 적극적으로 해, 채무 종결까지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단순 상담 및 공적채무조정 안내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법적인 업무가 연계돼 있기 때문에, 수혜를 받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거리에 불법사금융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 김광우 기자.

수수료를 받고 불법사금융 피해 구제 및 채무 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사설 컨설팅 업체들도 적지 않다. 사실상 수면 아래서 불법사금융에 한해 채무조정교섭업자로 활동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영리 채무조정교섭업 제도를 우선 도입해, 과도한 수수료 수취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불법사금융 대응 및 채무 조정 경력을 갖춘 비영리재단 등을 교섭업자로 지정해, 지역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찾을 수 있는 기관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에도 이미 사설 컨설팅 업자들이 채무교섭업무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가급적 비영리 공익단체가 채무교섭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후적 관리 감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채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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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heraldcorp.com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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