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훈 “모기업과 원활한 소통 중요”
박찬우 “경쟁사와 차별화 역량 필요”
배정진 “다른 곳에 본보기 의무 있어”
안태훈 “시제품 테스트에 AI 등 적용”
임도형 “선박 자율운항은 본질이 AI”
김민수(왼쪽부터) 맥킨지앤드컴퍼니 부파트너, 박덕훈 ㈜에코마린 대표이사, 박찬우 쿠루컴퍼니 대표, 배정진 어플레이즈 대표이사, 안태훈 플렉셀스페이스㈜ 대표이사, 임도형 HD현대 아비커스 대표이사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 ‘K-유니콘을 쏘다’를 주제로 CIC패널토론에 참석했다. 임세준 기자 |
최근 글로벌 시장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부터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AI를 빼놓고는 어떠한 혁신을 논하기 힘들 정도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경쟁 속에 AI 혁신은 ‘선택’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동시에 산업 전반에 불어 닥친 AI 열풍은 기업들에는 혁신의 원천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내독립기업(CIC), 자회사들이 AI 역량을 내세워 도전에 나선 이유다.
헤럴드경제는 AI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국내 대표 사내독립기업(CIC)을 초청해 미래 비즈니스 성공 방안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 중 ‘K-유니콘을 쏘다’ 토론회에는 김민수 맥킨지앤드컴퍼니 부파트너, 박덕훈 에코마린 대표이사(롯데케미칼), 박찬우 쿠루컴퍼니 대표이사(LG에너지솔루션), 배정진 어플레이즈 대표이사(현대자동차), 안태훈 플렉셀스페이스 대표이사(한화시스템), 임도형 HD현대 아비커스 대표이사(HD현대)가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토론에 참석한 CIC 대표들은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사내벤처, 자회사들의 성공 방안으로 무엇보다 ▷차별화된 핵심 역량 ▷열정적인 인재 확보 등을 꼽았다.
박찬우 대표는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핵심 역량이 분명히 있어야 된다”며 “열정을 갖고 사내 벤처를 이끌 멤버도 성공의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박덕훈 대표 역시 “사내벤처를 기획하면서 팀을 만들 때 사내 직원들 중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친분관계 중심으로 모이면서 한계가 있었다”며 “그런 부분이 완벽하게 이뤄졌으면 시행착오를 줄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정진 대표는 “사내 스타트업은 회사 운영과 브랜딩, 홍보 등에서 굉장히 많은 혜택을 가지고 창업하는 팀이니 만큼 분사하게 되면 사회에 기여하거나 다른 사내 스타트업에 본보기가 돼야하는 의무가 있다”며 “보통 경영지원업무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인사 측면에서 ‘이 회사에 맞는 인재인가’에 초점을 맞춰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를 적용한 비즈니스 사례도 공유했다. 특히, 안태훈 대표는 “지난 1일 스핀오프를 완전히 독립된 기업으로 분사하게 됐는데 AI의 공이 크다”고 공언했다.
안 대표는 “우주용 신소재 태양전지 시제품을 만들 때 다양한 우주 환경에 맞는 모니터링 예측과 분석이 필요한데 시간을 단축하고 금액을 줄이는 데 있어 AI를 적용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방사선 테스트 일부는 일본, 미국 등에 의뢰해야 하는데 저희가 쌓아온 데이터를 가지고 어느 정도만 테스트해 봐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려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도형 대표는 “선박 자율운항은 업의 본질 자체가 AI”라며 “인지, 판단, 제어 등에 모두 AI를 사용하고 있고 특히 제어의 경우 자동차보다도 훨씬 어려운 제어가 필요한데 강화학습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최초로 하다 보니까 레퍼런스가 없어 AI 적용에 어려움이 있지만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해 나가는 보람은 있다”고 덧붙였다. 아비커스는 HD현대의 자회사로, 선박 자율운항과 관련한 600개 정도의 솔루션을 개발해 수출하는 등 실적을 내고 있다.
박찬우 대표는 쿠루컴퍼니 사업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B2B로 사업을 하던 곳이기 때문에 배터리 팩을 B2C 시장에서 서비스하는 개념 자체가 익숙지 않았다”며 “올해 400기가 넘는 교환기를 설치하고 라이더를 지속해서 모집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논란에 대해서는 “전기차 화재 여파로 우리 사업에 대해서도 ‘안전한 거 맞냐’는 질문이 첫번째로 올 정도로 안전에 민감해진 상황”이라면서도 “배터리팩은 얼마나 잘 관리를 하느냐가 (안전성에) 중요한데 우리는 개인이 스스로 충전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가 이끌고 있는 어플레이즈는 ‘세상 모든 공간을 플레이하라’는 철학을 추구, ‘공간별 음악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공간별로 고유한 특성과 공간 이용자와 날씨에 맞춰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최근 한화리조트와 객실 체크인 음악 큐레이션을 서비스를 선보였고, 그외 다양한 공간과 공용 주차장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 대표는 “일반 개인이 많이 쓰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원칙적으로 공용공간에서 이용이 제한된다”며 “어플레이즈는 이에 공용공간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공용공간에 맞는 최적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사내벤처 등으로 성공을 꿈꾸는 예비 경영자들에 대한 ‘꿀팁’도 아끼지 않았다.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성공률을 높이려면 모기업과의 협업 시너지를 모색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박덕훈 대표는 “회사에서 떨어져 나와서 초기 투자금을 받고 사업을 시작하는데 모기업과 원활히 소통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코마린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으로 롯데그룹의 지원을 꼽았다. 그는 “소재 산업은 대량 설비와 시설이 필요한데 스타트업 규모에서는 갖추기 어렵다”며 “롯데케미칼이 모기업으로서 그런 부분을 지원해주면서 도움이 됐다. 롯데벤처스 또한 경영 부분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미래 비즈니스 방향도 모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쪽으로 잡았다. 에코마린은 롯데케미칼의 첫 사내벤처로, 친환경 선박 소재를 개발 중이다. 박덕훈 대표는 “(에코마린은) 롯데케미칼의 고객사로서 롯데케미칼이 좀 더 친환경적이고 첨단산업에 맞는 새로운 기회를 찾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늘려 ESG 측면에서도 상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 역시 “사내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는 모회사와의 협업포인트를 빨리 찾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두텁게 해야 한다”며 “모기업과 명확한 연결고리가 없다면 향후 사업을 영위하고 분사 후 다른 기업의 투자를 받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내 스타트업에 머물 때 누렸던 지원부서(인사나 재무 등) 관련 역량도 사업과정에서 꾸준히 키워놔야 하다”며 “특히 인력 채용 등 문제는 먼저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회사에 맞는 직원을 뽑는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했다.
정윤희·김은희·김성우·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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