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기호 맞게 자유자재 변형
기아 정체성 유지 차량 기능 충실
“편리하면서도, 사회 공익적인 차”
2025년 ‘PBV 원년’...신시장 도전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PBV, 공간과 이동성의 새로운 개념’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기아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차량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내년에 출시될 기아의 PBV(목적 기반 차량)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이런 고민의 결과물인 셈이죠.”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기아의 PBV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는 차량”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하비브 부사장은 인피니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에서 디자인 개발을 총괄했고,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합류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뉴스위크가 선정한 ‘2024 올해의 디자이너’에 이름을 올렸다.
PBV는 소비자가 기호에 따라서 차량의 구조나 쓰임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차량을 말한다. 기아의 PBV는 차량의 1열과 2~3열 부분을 따로 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화물 운반용 모듈을 장착하고 업무용으로 차량을 사용하던 소비자가, 주말에는 2~3열에 시트를 채운 모듈을 장착해 패밀리용으로 차량을 활용할 수 있다. 기아는 이 기술의 이름을 ‘이지 스왑’(Easy Swap)이라고 명명했다. 향후 다양한 모듈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PBV는 디자인적 측면에서 일반 차량보다 더 심플하다. 하비브 부사장은 ‘PBV, 공간과 이동성의 새로운 개념’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PBV 차량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인 완성차에서 보는 것보다 조형물적인 특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에 따라 니즈가 많이 다르기에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차량 조형의 많은 부분을 축소하면서 사용성과 기능성에 더욱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좌석 배열을 마주 보고 앉는 것, 나란히 앉는 것을 각기 다르게 선호할 수 있는데, PBV는 소비자의 쓰임에 맞게 이러한 디자인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비브 부사장은 “기아가 앞으로 선보이게 될 PBV는 ‘이동 수단을 뛰어넘어 공간 개념까지 확장해 가겠다는 도전’에 걸맞은 모빌리티”라면서 “현대차그룹은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우리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PBV는 사용자 친화적인 모빌리티(유저빌리티)를 지향하는 차량이라는 점에서, 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구현한 차량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PBV는 업무와 삶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빌리티로 기존의 단순한 모빌리티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비브 부사장은 “PBV는 일종의 캐비닛처럼 다양한 기능을 보관할 수 있도록 구성된 차”라면서 “소비자의 쓰임에 맞게 쓸 수 있도록 마련되면서 차량은 일을 하는 공간이자 생활공간이 될 수 있고, 일부 운전자에게는 거실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한 차량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비브 부사장은 PBV가 갖는 사회적인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편의성 증진을 위해서 자동으로 옆문이 슬라이드 방식으로 열리는 기능을 넣어 장애인이 차량에서 편리하게 내릴 수 있게 한다든지 다양한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끊임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바에 대해서도 고민해 나가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아는 PBV를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이라는 의미로 재정의하고, 2025년을 ‘PBV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이를 위해 PV5를 먼저 글로벌 시장에 내놓고, 향후 PV1과 PV7 등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PBV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PBV 양산을 위한 막바지 작업도 한창이다. 기아는 화성오토랜드에 오는 11월 가동을 목표로 세계 최초의 PBV 전용 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구축 중이다. PBV 전용공장을 발판으로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0만대의 PBV 판매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비브 부사장은 “PBV를 통해 더 나아가 다른 차량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지스왑 기능의 경우 앞으로 배달용 픽업 차량이나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 다양한 기능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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