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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학원 조교도 수능 본대요” N수생 역대급 수능 코앞…혼란의 대치동
수능 한 달 남겨둔 대치동 학원가 돌아보니
의대증원에 ‘갈아타기’ 응시자 늘어
대치동 학원가엔 지역 의대생 북적
재학생, “늘어난 재수생들 부담스러워”
수능 난이도는 예측불가…경쟁 치열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 15일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험생. 그는 국어 영역 모의고사를 복기하고 있었다. 김도윤 수습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의대 출신인 학원 조교 선생님들도 다 수능을 본대요. 조교보다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큽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한 달가량 앞두고 수험생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김모(19) 양은 이렇게 털어놨다. 김양이 다니는 수학 학원에선 서울대 의대를 제외한 모든 의대 출신의 조교가 수능을 치른단다. 의대를 재학하면서도 더 상위권인 의대로 다시 진학하는, 이른바 ‘갈아타기’를 위해서다. 김양은 “재수생 유입이 많아 그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께, 대치동 한 재수학원에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은 곧장 인근 골목의 또 다른 학원으로 향했다.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뿐 아니라 일상복을 입은 재수생 등 이른바 ‘N수생’까지 더해져 북적였다. 한 손에 기출 모의고사 시험지를 들고 빠르게 걷는 학생들의 모습에선 수험생의 긴장감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골목을 수험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김도윤 수습기자

올해 수능은 의대 정원 증원으로 N수생이 대거 유입된 데다 무전공 선발까지 확대돼 그 어느 해보다 혼란스러운 수능으로 평가된다. 각 대학별 합격선을 예년과 비교하며 입시를 진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없는 수능도 2년째지만 지난해 ‘불수능’ 논란이 불거져 아직까지 난이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선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긴장과 혼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수험생들 사이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의대’였다.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의대 지망을 희망한다고 밝힌 한편, 의대 증원 여파로 수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중학생 때부터 의사를 지망했다는 김모(23) 씨는 올해 5번째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한 카페에서 초시계를 켜놓고 모의고사를 풀고 있던 그는 “의대 증원 소식에 원래 공부를 잘하던 사람들이 재수를 가장 많이 하는 수능이라는 점이 걱정된다”며 “애매하게 상위권인 사람들은 성적이 내려갈 확률이 높아진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했다.

비수도권 의대에 재학 중 휴학한 뒤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21) 씨. 그는 “어차피 대학도 못 다니게 됐으니까 겸사겸사 시험을 보게 됐다”며 “주변 친구들 대부분도 집에서 놀 거면 그냥 시험을 한 번 더 본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험생들 사이 최고 인기 학원으로 꼽히는 ‘시대인재’에 다니고 있다는 그는 “수강생이 작년 3000명에서 올해 5000명으로 늘었다”며 “늘어난 학생 대부분이 최상위권이라 더 신경 쓰인다”고 덧붙였다.

재수생 홍도담(20) 씨도 “지금 다니는 학원에도 지방 의대생, 치의대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한 학원이 의대반을 홍보하고 있다. 김도윤 수습기자

오락가락했던 올해 모의고사 난이도 역시 혼란을 더했다. 고등학교 3학년 손모(19) 군은 “9월 모의고사를 보니 원점수에 비해 등급이 안 나왔는데, 너무 쉬워서 그런 것 같다”며 “수능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재수생 A(21)씨도 “9월 모의고사가 수능 바로미터의 기능을 상실해 현역 수험생들도 자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올해 치러진 모의고사는 6월은 너무 어렵게, 9월은 너무 쉽게 출제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영어 영역이 단적인 예다. 6월 1등급 비율은 1%대였으나 9월엔 10%대로 올랐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년 이래 수능 및 모의고사에서 1등급 비율이 10%를 넘긴 것은 네 번뿐이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겐 공부뿐 아니라 건강관리도 중요한 변수다. 손에 감기약을 들고 있던 수험생 B(20)씨의 목에는 부항 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하루 12시간 이상 책만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 어제는 목이 움직이지 않아 한의원에 다녀왔다”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공부를 멈출 수 없어 시험이 끝나면 그때 푹 쉬겠다”고 말했다.

kimdoyoon@heraldcorp.com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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