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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명충돌 원천봉쇄..튀르키예, 기독교와 상생 모범[함영훈의 멋·맛·쉼]
튀르키예 헤리티지 여행④
무슬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도,
비시디아 바오로 성당, 요한7대 성당
아야지니 석굴, 실레성당 순례길 단장
이슬람 지배 이후 생겨난 성당도 많아

[헤럴드경제(콘야)=함영훈 기자] 글로벌 기준에 비춰 정확치 않은 한국식 표현으로 치면, 가톨릭(천주교)+개신교(기독교)를 통칭하는 크리스트교 역사는 2024년전 예수탄생 부터 곧바로 속시원한 신앙생활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300여년의 암흑기가 있었다.

아야 소피아 2층에 있는 예수와 핵심 두 사도의 모자이크화

말씀을 전하는 활동과 성모와 예수를 믿는 신앙활동은 1~3세기에도 있었지만, 예루살렘의 유다는 물론, 그리스-로마-이집트 등지에서 탄압이 계속됐기에, 서기 313년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정식으로, 공개적으로 믿어도 된다고 ‘종교 공인’을 한 때에 비로소 힘을 얻는다.

▶‘콘스탄티노플+튀르키예’..다른 성지는 갈등,탄압= 어머니가 독실한 크리스찬인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크리스트교 공인과 함께 콘스탄티노플을 로마제국 또 하나의 수도로 선포하는데, 이 곳이 바로 이스탄불이다.

서기 392년 크리스트교를 아예 동,서 로마의 국교로 삼은 데오도시우스 황제 역시 지금의 이스탄불과 동쪽 아나톨리아(소아시아) 지역에 많은 족적을 남긴다.

지금의 튀르키예 전지역은 유라프리카-중양(중동)에서 크리스트교도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이다. 마침내, 교황청 설립 이전에, 최고의 크리스트교 사원으로 꼽히는 성소피아성당(아야 소피아)이 537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에 세워진 것이다.

아야지니에 있는 석굴교회

크리스트교도들이 찬미하는 성지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은 크리스교를 탄압하던 유다(유대)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지금도 유대교-이슬람교-크리스트교 세력이 저마다의 성지로 여겨 혼재된채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 구역은 8세기에나 성립됐으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까미노(순례자) 행렬은 13세기에야 시작됐다.

프랑스-독일 등 범 게르만 세력은 이민족인 로마와 수백년 간 싸울 때는 언제고, 갑자기 로마의 후예임을 자처하면서 세운 신성로마제국의 아비뇽 교황청은 14세기에 조성됐다.

그래서 크리스트교도에게 이스탄불-아나톨리아땅은 맘껏 활개칠수있는 터전이고 성지였던 것이다.

▶투르크의 포용정책= 지금의 튀르키예, 즉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지역은 10세기까지 대부분의 종교시설이 크리스트교였고, 11세기 이후 셀주크-몽골 ‘일’한국-오스만제국으로 이어질 때엔 이슬람 사원이 수가 점점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초기 기독교 성가족의 피난을 그리 부조
카이로의 성가족 피난 성당

최근 1000년 가량을 지배해오고 있는 투르크 정권은 크리스트교를 배척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선물 나눔의 탄생지 안탈리아 세인트 니콜라스 성당을 집중 부각시키는 등 오히려 아나톨리아를 구성하는 중요 문화로서 존중,상생해왔다. 배척 보다는 포용으로 문명충돌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실제 이 기간 튀르키예 땅 내부에선 심각한 충돌이 거의 없었다. 튀르키예에 살던 그리스인 크리스트교도과 그리스에 있던 튀르키예인 이슬람교도의 ‘인구교환’은 20세기에 한 차례 있었다고 아이발라 괵수 아브즈 해설사는 전했다.

현재 튀르키예 내 10개 크리스트교 성지에 대한 전세계 가톨릭-개신교도들의 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왼쪽위 아야 소피아 모스크의 성모마리아가 이슬람교도들의 예배 장면을 내려다 보고 있다.

▶무슬림-크리스찬, 기독교회 재건 의기투합=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는 현재 공식명칭이 ‘하기아 소피아 그랜드 모스크’이지만, 2층 관람객 전시공간에는 다양한 크리스트교 성화가 남아있고, 천장에선 성모마리아 대형 그림이 무슬림들의 예배를 내려다 본다.

537년에서 1453년까지는 그리스 정교회 성당이자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의 총본산이었다.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한 1453년 5월 29일부터 1931년까지는 모스크로 사용되었고, 1935년에 박물관으로 다시 개장했다가 65년이 지난 2020년 7월 모스크 및 정교회 성당의 혼합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덧칠된 석회를 벗겨내자 예수와 사도의 모습을 담은 모자이크 작품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스탄불 세인트 메리 성당은 이슬람의 지배를 받은 이후에 신축됐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많은 크리스트교 신자를 갖고 있는 세인트 앙투안 성당는 17세기 화마를 입었지만 이슬람-크리스트교도들이 재건에 뜻을 같이했다. 이처럼 문명의 공생은 이스탄불에서 꽤 오래전부터 있던 풍경이다.

아야지니 석굴 성당

▶아피온 석굴교회와 콘야 바오로 교회= 아피온 아야지니 마을의 성모마리아 석굴교회는 타포니현상으로 거대 암석에 공간이 생긴 것을 계획적으로 다듬은 곳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여행자 관람용으로만 쓰인다. 돌구멍 사이에서 다양한 포즈로 인생샷을 찍는 포토존이다.

1세기 기독교 태동기부터 신앙의 집회장소로 쓰였고, 정식 교회는 10세기 무렵에 멋진 석조품으로 탄생했다. 그 옆 거대 바위는 석굴 생활공간이다. 해설사는 ‘인류 최초의 아파트’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마을안 다른 석굴은 여행자들이 쉴 수 있는 카페·레스토랑을 조성해 놓았다.

실레 성당

콘야의 실레 교회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이스탄불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들렀던 예배당으로, 매우 중요한 성지 중 하나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로선 어머니가 독실한 신자였으니 황제로선 이 종교를 공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처에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작은 정원 디자인이 돋보이는 카페가 있고, 개천 건너 마을의 분위기는 평화롭기 그지 없다.

비시디아 원형경기장

콘야와 아피온 사이에 있는 비시디아의 바오로 기념교회 ‘아티오키아’는 크리스트교 전파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기원전 290년 경 조성된 비시디아는 원형경기장과 수로가 있는 고도 문명 도시로 서기 325년 유대인 회당이 있던 곳을 바오로 설교를 기념하기 위해 크리스트교회로 변모시켰다.

바오로는 이곳 설교를 통해 “유대인들이 기다리던 구세주가 바로 예수이시다. 예루살렘 사람들(유대인)은 그 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다. 이것은 예언서를 성취시킨 것이다. 이제 그 분으로 말미암아 우리 죄를 용서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에페수스 성모마리아 성당

▶요한 계시록 7개 교회 중 마리아 여생 보낸 에페수스가 으뜸= 튀르키에 문화관광부는 이밖에 소아시아 7개 교회가 성서의 요한계시록 3장 분량을 모두 차지할 정도로 초기 크리스트교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즈미르주의 에페수스는 이스탄불을 제외한 소아시아지역 크리스트교 성지중 가장 중시된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는 에페수스는 성모 마리아와도 관련이 깊은 곳이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힌 후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에페수스로 데려왔고, 그녀는 이 곳에서 101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사도 요한과 함께 여생을 보냈다. 에페수스의 아야술룩 언덕에는 성모 마리아가 실제로 살았던 집이 있다.

565년경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과거 에페수스 교회를 이끌었던 사도 요한을 추모하고자 그의 무덤 위에 교회를 건축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도 에페수스에 있다.

스미르나

▶스미르나, 베르가마= 성 요한의 편지가 두번째로 닿은 곳인 스미르나는 오늘날 이즈미르의 고대 지명이기도 하다. 이곳의 이즈미르 고고학 박물관과 고대 아고라 유적지는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페르가몬

세번째 편지의 대상인 페르가몬 교회의 현재 지명은 베르가마(Bergama)이다. 이곳에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함께 양대 산맥이던 페르가몬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페르가몬 극장,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인 아스클레피온 등이 필수 코스로 꼽힌다.

두아디라

▶필라델피아의 근원 빌라델비아와 두아디라·사르디스·라오디게아= 튀르키예 마니사에는 두아디라, 사르디스, 빌라델비아 교회가 있다. 두아디라는 요한계시록 ‘일곱 교회에게 보내는 편지’ 중 가장 긴 편지를 받은 교회이기도 하다.

두아디라는 오늘날 아키사르의 옛 지명으로 수공업으로 널리 알려진 부유한 산업 중심지였는데, 특히 염색업으로 유명했다. 두아디라 교회 터를 방문하면 당시 쓰이던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사르디스

마니사 주의 살리흘리 근처에 위치한 사르디스는 5번째로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교회다. 당시 체육관으로 쓰이던 김나시온 유적과 아르테미스 신전이 필수 코스로 꼽힌다.

빌라델비아

마니사 주에 위치한 또다른 교회인 빌라델비아는 페르가몬의 요새로 쓰이던 곳으로, 예로부터 포도 재배로 유명했으며 현재도 튀르키예에서 가장 많은 포도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의 빌라델비아 교회 터는 두개의 기둥만 남아있는 모습이며, 주변으로 극장 등 다양한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가 이 이름에서 비롯된 것임은 물론이다.

라오디게아

데니즐리의 라오디게아 교회는 아름다운 석회봉과 온천수로 유명한 세계유산 히아레폴리스와 파묵칼레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성지는 늘 아름답고 의미있는 지점에 위치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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