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대구경북취재본부장 / 헤럴드경제] |
"욕, 반말, 겁박, 공무원 비하하는 갑질기자, 기사화하겠다고 물품판매, 광고, 사업요구 하는 악덕기자 사이비 언론 출입·취재 거부. 성주군 공무원 노동조합"
위의 글귀는 경북 성주군청사 건물 곳곳에 붙여져 있는 이른바 성주군 공무원 노조 명의의 '사이비 기자 접근을 막기 위한 붉은 안내 표지판'의 내용이다.
근래 한 달여간 '성주읍성' 붕괴 문제(헤럴드경제 지난 8일자, 1일자 인터넷 기사 참조)로 취재차 성주군청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이 표지판를 접할 때 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순간 '얼마나 사이비 기자가 많았으면 저런 문구가 나 붙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정론직필하고 있는가'하는 나 스스로를 뒤돌아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잠시 뿐 변화를 거부하는 강한 기류를 몸소 체득하고 나니 성주군 스스로가 굴레를 만들어서 우물 안에 안주하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성주 공직사회가 억압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성주군의 과도한 반응에 의구심이 절로 들게 한다.
여러 사람들에게 왜 '붉은 안내 표지판'을 붙여놨느냐고 물으면 성주군 공무원 노동조합이 한 것으로 전가, 그래서 철거 계획 등 의견을 듣기 위해 수소문 했으나 정작 노조는 말이 없다.
당당하다면 숨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성주읍성' 붕괴 원인을 알기 위해 몇몇 자료를 요구했으나 정보자료 공개 청구를 요구하면 볼수 있다기에 그렇게 했으나 이번에는 개인 이름 등 민감한 사안이 있어 검토해 봐야 한다며 검토 뒤 시일도 정하지 않고 메일로 보내준다고 한다.
매사가 이렇다. 언성을 조금 높였더니 사이비 기자 운운한다. 성주군은 사이비 기자 운운하기 전에 공직 사회 스스로가 유독 심하게 폐쇄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의 민감성 때문은 아닌지 자책도 해 본다.
무너져서는 아니될 성주읍성 붕괴가 설계 잘못 됐는지, 시공 잘못됐는지, 감리 잘못됐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알고 보강을 하던지 전면 재시공을 하던지 해야만 향후 관광객, 성주 군민 등 국민들의 안전이 지켜질 것 이라고 굳게 믿는다.
후세대를 위해서도 수십억여원을 들여 완공된 성주역사테마공원 내 성곽 붕괴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큰 문제가 있는 듯 숨기기 급급한 성주군을 보면 측은지심이 든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스로가 밝은 곳으로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되면 사이비기자도 감히 근접 하질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귓속으로 들어간 벌레를 밖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밖에서의 한 줄기 빛이 필요한 것이다. 외부 충격을 가했을 때는 벌레는 더 깊이 들어갈 뿐더러 상처만 남길 뿐이다.
성주군이 밝고 정정당당한, 열린 소통 행정을 펼친다면 굳히 이런 소품(붉은 안내 표지판)뒤에 몸을 숨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군민중심 행복 성주를 위해 언제나 동분서주하고 있는 성주군수에게 묻고 싶다. 군민 안전은 안중에나 있는지, '붉은 안내 표지판'뒤에 숨을 만큼 성주군 행정에 그렇게 자신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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