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관리 목적” 무죄 주장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서 유죄 확정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선박 부품 하청업체의 기술자료를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를 받은 HD한국조선해양 측에 벌금형이 확정됐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품질 관리를 위해 기술자료를 제공받았을 뿐”이라고 했지만 정당화할 수 없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가 맞다고 판단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받은 HD한국조선해양 직원 A씨 등 세 명과 법인에 대해 위와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 등에게 벌금형에 집행유예, HD한국조선해양 법인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수긍하며 확정했다.
피해회사는 1990년부터 HD한국조선해양에 선박용 부품의 제조·공급을 위탁받은 중소기업이었다.
사건은 HD한국조선해양이 경기 부진으로 인해 2014년께 경영 위기 상황을 맞으며 발생했다. 경영진에선 대응방안 중 하나로 피해회사에서만 생산·납품하던 피스톤 부품을 이원화하기로 계획했다.
직원 A씨 등은 사측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2015년 3월~2016년 5월께 ‘품질 관리’ 명목으로 피해회사의 기술자료인 부품 제작 작업표준서, 관리계획서 등을 요구했다. 이후 이를 경쟁업체에 건네주는 방식으로 유출한 혐의가 적용됐다.
하도급법 위반 혐의였다. 이 법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HD한국조선해양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요구한 자료가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고, 품질검증을 위한 정당한 사유로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단독 조준호 판사는 2022년 2월, HD한국조선해양 법인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직원들에 대해선 벌금형에 집행유예를 택했다.
1심 재판부는 “HD한국조선해양은 품질관리를 이유로 외부 업체의 품질관리 시스템에 깊숙히 관여했고, 피해회사를 상대로 기술자료를 요구해 제공받았다”며 “이는 품질관리 명목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직원들은 회사의 방침에 따라 자신들의 행위가 위법한 것이라는 별다른 인식 없이 피해회사에 기술자료를 요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 중 피해회사 사이에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선으로 합의가 이뤄져 피해회사가 위로금 명목으로 일시금을 지급받았다”고 양형의 배경을 설명했다.
2심의 판단도 비슷했다. 2심을 맡은 대전지법 1형사부(부장 나경선)도 지난 2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HD한국조선해양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HD한국조선해양 직원이 품질관리를 이유로 피스톤 제조의 세부 작업방법 등에 관한 노하우가 담긴 작업표준서를 불합리하게 요구해 제공받았고, 다른 직원도 피스톤 공급처를 이원화하는 과정에서 피해 회사의 기술자료를 경쟁업체에 건네줬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이 피해 회사와 거래 재개를 위한 협력안을 마련하기로 최종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며 “직원들도 아무런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고 긍정적인 양형 요소를 밝혔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2심) 판결을 수긍하며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HD한국조선해양 측에 유죄를 인정한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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