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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나게 놀았나요?” 축제 쓰레기 천지…이렇게 해결했다고? [지구, 뭐래?]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나고 버려져 있는 쓰레기와 돗자리 [MBC 보도화면]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먹던 음식, 음식이 담겨있던 일회용기, 입을 닦던 휴지, 마시던 물 병과 캔, 심지어 돗자리까지.

즐거움도 잠시, 인파가 빠져나간 자리에 고스란히 남은 쓰레기들이다.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축제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는 오랜 기간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스스로 만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축제가 끝나고 난 후 행사 주최나 봉사자들이 일일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까지 매번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고질적인 축제 쓰레기 무단투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참여자들에게 쓰레기 봉투를 한 장씩 나눠줘 쓰레기를 들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쓰레기봉투를 잃어버리거나, 잊지 않도록 입장권 팔찌에 집어넣었다. 봉투와 팔찌를 합쳐 일명 ‘봉찌’다.

5일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쓰레기 수거함이 쓰레기로 가득하다. [연합]

봉찌의 사용법은 이렇다. 팔찌에 절취선을 뜯어 접혀있는 쓰레기봉투를 꺼내 펼쳐 쓰면 된다. 손잡이가 달린 3ℓ들이 봉투다. 입장 팔찌가 쓰레기 봉투를 감싼 형태로 내장돼 있다.

입장권 팔찌인 만큼 모든 축제 방문객,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쓰레기 봉투를 나눠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장권 팔찌는 보통 장시간 진행되는 축제에서 많이 활용된다. 입장권을 팔에 두르면 중간중간 축제 장소를 드나들 때에 따로 표를 꺼내 보여주지 않아도 돼 통용되는 방식이다.

방문객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축제가 진행되는 내내 팔찌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발생했을 때에, 원하는 시점에 손쉽게 쓰레기 봉투를 펼쳐 쓸 수 있다.

쓰레기 봉투와 입장권 팔찌를 결합한 '봉찌' 사용 방법 [김민주 씨 제공]

팔찌에 쓰레기 봉투를 집어넣자는 아이디어는 한 광고 공모전에 참가한 대학생 김민주(22)·김수현(23)·김하람(24)·유원정(24) 씨에게서 나왔다. 이들은 축제 방문객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이유를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통해 분석했다.

먼저 축제 현장에 쓰레기통은 입출구 쪽에 있어 쓰레기통이 부족하고, 공연 중간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기 번거롭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또 축제 방문객들이 쓰레기를 손에 쥐고 가는 걸 불편해하지만, 이에 대비해 쓰레기를 담을 거리를 준비해 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있다.

결국, 각자 쓰레기를 담을 봉투를 주면 무단 투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쓰레기 봉투와 입장권 팔찌를 결합한 '봉찌'를 채워주는 모습. [김민주 씨 제공]

실제로 지난달 말 서울대학교 축제 폐막식에 봉찌가 등장했다. 공연장에 입장할 3000 명의 학생들이 대상이었다. 쓰레기 봉투가 들어있는 팔찌를 받은 한 재학생은 “축제 중 자연스럽게 쓰레기가 발생해도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 불편했는데, 이번 축제에서는 쓰레기 처리가 간편해졌다”고 했다.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축제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쓰레기를 들고 다니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쓰레기를 자리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각자에게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봉투를 제공하면 무단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 주최 측에서도 “전년 대비 축제 현장이 확실히 깨끗해진 것을 느낀다”며 “다른 축제에서도 이런 아이디어가 적용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권과 쓰레기 봉투를 결합한 봉찌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김민주 씨는 “제작 여건 상 올해는 대학 축제 한 곳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러 주최 측에 봉찌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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