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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반도체 기로에 섰다” 연말인사 ‘쇄신 바람’ 부나
전문가들 “두 토끼 못잡아, 결단 내려야”
반도체 수장 변경후 첫 인사 12월 예정
‘메모리 먼저’·‘기술력 중시’ 반영에 주목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의 분위기가 한마디로 ‘흉흉’합니다. 3분기에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의 실적 반성문도 나왔습니다. 든든한 기둥이 돼주던 메모리 사업은 AI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수십조원의 투자를 단행한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은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분사에는 관심이 없다며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메모리와 파운드리 둘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분위기속에 올 12월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는 대대적인 쇄신이 진행될 전망입니다.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각 사업부 수장들은 올해로 취임 2~4년차 입니다. 지난 5월 전영현 부회장이 부문장으로 부임한 후 크고 작은 조직개편을 단행 중인 만큼, 이번에 대거 개편이 유력합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과, ‘쇄신 바람’이 예상되는 연말 정기인사 분위기에 대해 전망해보겠습니다.

전영현 DS부문장은 지난 8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본인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례적인 반성문입니다.

그는 지난 5월 취임 후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며 새로운 전략 수립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최근 ‘메모리 먼저 살리자’라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연구소 내 메모리 개발 연구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고, 2022년 6월 신설됐던 AVP(어드밴스드패키지)사업팀도 산하 인력들을 메모리와 패키징으로 재배치했습니다. 삼성전자에 가장 핵심 사업이자 근간은 ‘메모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모양새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옳은 방향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메모리는 30년 간 삼성전자를 먹여살려온 핵심사업입니다. 이 부분의 초격차 경쟁력 없이는 삼성전자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새 먹거리 파운드리보다 ‘원래 잘하던’ 메모리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로 분석됩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경쟁력 약화 원인이 파운드리에 있다고 언급합니다. 삼성전자는 2019년 2030년에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70%를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면서 그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죠. 이후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등에 파운드리 라인을 신설하기 위해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붓습니다. 수주형 산업인 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는 ‘쉘 퍼스트’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메모리 인력이 대거 파운드리 사업부로 옮겨가면서, 메모리 경쟁력 약화를 야기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인력이 제한적이고, 시스템반도체 인력은 더욱 부족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8단·12단 HBM3E를 공급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품질 테스트만 1년 가까이 진행 중입니다. 삼성전자도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向)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차세대 제품인 HBM4 역시 SK하이닉스가 먼저 치고 나가고 있습니다.

2019년 선언 이후 약 5년이 지났지만, 삼성 파운드리 사업은 확실한 반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지난 2분기 기준 51%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공장은 지어놨는데 주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니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제라도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확실한 노선을 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합니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지금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하느라 정작 안정적 먹거리인 메모리 경쟁력이 약화되는 딜레마에 부딪혔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리할 것이 아니라, 제한된 인력과 투자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 끌고 나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누군가는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점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매각이나 분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빼는 것도 방법”이라며 “AI 시장에서는 메모리가 맞춤형 커스터마이징 제품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파운드리 역량을 메모리 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이제 와서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거나 떼어낼 수도 없는 형국입니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동안 무수히 나온 분사설을 일축한 셈입니다. 오히려 “성장을 갈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십조원을 들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굳건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번 삼성의 반성문 발표 후 12월 초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반도체 부문의 대대적인 쇄신이 예상됩니다. 업계에서는 사업부장 교체 등 대폭의 인사가 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2020년 12월 각 사업부장으로 선임된 후 올해로 4년차를 맞았습니다.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2021년 12월부터 올해로 3년차입니다.

전영현 부회장의 전임자인 경계현 사장이 DS부문장으로 있을 때는 주요 사업부장의 교체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메모리 시장 호황과 그 직후 반도체 한파가 연이어 찾아오면서 안정성을 이유로 변동성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전 부회장은 반도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삼성전자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한 인사와 젊은 엔지니어 등용 등 여러 파격적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이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화로 방향을 잡은 만큼, 전 부회장의 메시지에 부합하는 인재들로 진용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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