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인도 첸나이 공장을 방문해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이 일반 청약의 주당 공모가격을 한화 3만원 초반대로 설정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위한 본격적인 채비를 마쳤다. 이를 통해 HMI가 확보하는 금액은 총 4조2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지 생산 시설 확충과 수소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며 인도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10일(현지시간)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따르면 HMI가 이번에 공개한 희망 공모가격 밴드는 주당 1865~1960루피(약 3만원~3만1400원) 수준이다.

매각대상인 인도법인 주식 17.5%(1억4219만4700주)를 감안했을 때, 공모가를 통해 계산되는 HMI의 IPO 성과는 약 4조2000억~4조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HMI는 오는 14일 기관 투자자(앵커 투자자), 15~17일까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하면서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게 된다. 인도 뭄바이 증권거래소(BSE)의 상장 시점은 오는 22일로 예상된다.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공장 생산능력 확대와 전기차 시장 개척, 수소 생태계 구축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 공략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꿈꾸고 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14억명)인 인도는 중국·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자, 탁월한 생산기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도 많은 공을 기울여 왔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남부 첸나이에서 80만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갖춘 제1·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첸나이 생산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오는 2032년까지 3조2000억원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연간 17만 8000개의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짓고 향후 5년 안에 타밀나두주 주요 고속도로 거점 100여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였다. 지난 1월에는 이곳에서 약 2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구상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타밀나두주에 전기차 전환 지원과 수소 밸리 혁신 허브 구축을 위해 9900억원을 추가 투자한 것이다.

지난해 8월에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탈레가온 지역에 있는 공장을 인수해 설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설 현대화에 들어간 비용만 9600억원에 달한다.

주요 투자를 바탕으로 HMI는 지난해 해외법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순이익은 약 9200억원으로 2022년(약 7100억원) 대비 순이익이 30% 이상이었다. 수익률은 해외법인 9곳 중에서도 가장 높을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도 현대차는 현재 인도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일본 기업 마루티 스즈키 41%(1위)에 이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향후 신사업 전략과 자금 투자가 더해질 경우 HMI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담금질 중인 탈레가온 공장이 양산에 들어가게 될 경우 HMI의 연 생산량은 100만대 수준까지 확대된다. 기아도 인도 중부 아난타푸르에 34만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인데, 이곳에 시설 투자 등을 통해 전동화 생산라인 등이 추가하면서 생산량을 연산 50만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 능력은 연간 150만대까지 치솟게 된다.

현대차 인도법인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HMI는 26년 이상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두 번째로 큰 현지 자동차 회사로 입지를 지켜왔고, 이제 한 번 더 도약하고자 한다”며 “이번 IPO를 통해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속가능한 사업에 더욱 전념하고 거버너스 측면에서 글로벌 표준을 유지하며 인도에서의 성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