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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경주·송일국 “‘애니’는 뮤지컬의 클래식…좋은 작품은 언제나 시대를 담아” [인터뷰]
뮤지컬 ‘애니’ 워벅스 역 더블 캐스팅
오는 27일까지ㆍ유니버설아트센터
“20명의 딸들이 생긴 기분에 행복”
뮤지컬 ‘애니’ [와이엔케이홀딩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늘 꿈이었어요. 꿈은 꿨지만, 감히 내가 ‘언젠가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작품이에요.”

무려 39년 전인 1985년, 20대 초반의 남경주는 처음 ‘애니’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가무단의 막내 시절이었다. 그는 “조역도 아닌 단역이었다”며 “억만장자 워벅스 집에서 일하는 하인 역할로 무대에 올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시절 워벅스는 배우 최종원, ‘워벅스의 비서’인 그레이스 역할엔 윤석화, ‘애니의 가짜 아빠’ 루스터는 최불암이 연기했다. 어느덧 수많은 뮤지컬 후배들의 롤모델이 된 40년차 ‘뮤지컬계의 산증인’ 남경주가 마침내 워벅스로 금의환향했다.

나란히 같은 역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주인공은 배우 송일국. 그는 국군의 날인 10월 1일 ‘애니’(10월 27일까지·유니버설아트센터)의 첫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생일이기도 하다. 송일국은 “내 이름은 국군의 날에 태어나 지어진 것”이라며 “원래 남경주 선배님이 첫날 첫 무대였는데 바꿔달라고 부탁을 드렸다”고 했다. 이전에 드라마 ‘해신’의 첫 촬영을 자신의 생일날 시작해 대박이 났던 경험이 ’염원‘으로 투영됐다.

뮤지컬 ‘애니’는 해롤드 그레이의 만화 ‘작은 고아소녀 애니’(1924)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억만장자 워벅스와 고아 소녀 애니의 따뜻한 교감을 다룬다. 20명의 아역 배우들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치열한 연습 과정이 녹아든 ‘피, 땀, 눈물’을 만날 수 있다.

뮤지컬 ‘애니’에서 워벅스 역을 맡은 남경주 송일국 [와이엔케이홀딩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요즘 스무 명의 딸이 생긴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송일국은 “삼둥이 대한·민국·만세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무뚝뚝하다 보니, ‘애니’ 친구들의 애교에 무척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애니’는 뮤지컬계의 클래식으로 불리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남경주는 이 작품을 ‘뮤지컬의 교과서’라고 했다.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 어워드에서 ‘베스트 뮤지컬상’을 비롯한 7관왕에 오르며 지난 50년 간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화려하고 복잡한 요즘 뮤지컬과 달리 ‘애니’는 단순한 갈등 구조를 가진 뮤지컬로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작품이에요. 인물들의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익숙한 선율과 구성의 순수한 작곡법, 쉬운 스토리가 뮤지컬의 기본을 보여주죠. 누구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고전이에요.”

한국 무대는 무려 5년 만이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 작품인 만큼 연습 기간도 길었다. 273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애니‘로 발탁한 두 아역배우 최은영·곽보경을 비롯한 20명의 아역들은 지난 6월부터 맹연습에 돌입했다.

송일국은 “사실 애니 역을 맡은 최은영 양은 벌써 다섯 번째 작품이라 제겐 선배님”이라며 “아이들이 아크로바틱을 훈련해 무대 위에서 날아다닌다. 성인들은 쫓아갈 수 없는 수준”이라며 감탄했다. 남경주 역시 “어린 아이들의 일사불란함, 힘든 넘버를 훌륭히 해내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매순간 아이들과 교감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무대에서의 (아이들의) 변화 과정이 보여 행복하다. 관객들도 짧지만 그런 진실된 순간을 보기 위해 극장에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일국은 뮤지컬 도전 이후 매일 같이 노래 공부에 매진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뮤지컬 넘버 공부에 한창인 송일국의 책상 [본인 제공]

송일국에게 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다. 그는 대선배 남경주의 역할을 물려받듯 그의 뒤를 밟고 있다.

“사실 전 남경주 선배님과 더블 캐스팅 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아내가 선배님과 함께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신, 성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해요.” (송일국)

그에게 판사 아내는 칼날 같은 비평가이자 일등 서포터다. 아내는 남편 송일국이 무대에 설 때 최소 다섯 번 가량 극장을 찾아 ‘매의 눈’으로 그를 지켜본다. 송일국은 “아내가 늘 ‘하늘에서 커리귤럼을 짜주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지금 나의 수준에 맞게 한 작품 한 작품을 만나게 하고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법원 밴드부 회장인 그의 아내는 송일국의 노래 연습에도 도움을 준다. 이번 ’애니‘ 첫 공연을 본 뒤 피드백은 “억만장자가 아니라 졸부같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그는 “대사 톤이 좀 높고, 노래할 땐 자신감이 떨어진 데다 미성이라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며 디테일하게 지적해준다”며 “굉장히 날카로운 시선으로 봐줘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명작은 시대에 따라 달리 읽힌다. 미국 뉴욕의 고아 소녀 이야기는 입양 문제를 다루며 요즘 시대에 ‘대안 가족’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던진다.

“좋은 작품은 어느 시대에 갖다 놓아도 그 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담아내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요. 보편적 스토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경제 10위의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해외 입양이 많은 때에 이 작품을 통해 입양과 유사가족에 대한 인식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남경주)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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