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의 기초가 된 법안을 가장 많이 대표발의 한 국회의원은 누구일까. 합의 처리 법안은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민생법안 위주라는 점에서 국회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어 유의미하다.

헤럴드경제가 4일 전수조사한 결과 22대 국회가 문을 연 후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 중 직전 본회의까지 여야가 합의를 이뤄 처리한 법안은 총 76건이다. 의원 대표발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률로 만들어진 게 34건이고, 입법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원장 대안 반영 형식 등으로 통과된 것이 42건이다. 대안 반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도 심사 과정에서 각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입법 단초가 된다.

법률이 된 이 76건의 법안을 대표발의 한 의원들을 확인해보니, 여야 합의 통과 법안을 가장 많이 대표발의 한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으로 파악됐다. 해당 법률에 반영된 법안이 여러 건일 경우 각 법안의 대표발의 의원 전부를 대표발의자로 세고, 개별 의원의 누적 수치를 확인한 결과다.

임 의원의 대표발의 법안은 8건의 법률로 만들어졌다. 수도법 개정안을 비롯해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각각 대안 반영 형식으로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경우 임 의원 대표발의 법안 내용 중 난임치료 휴가 기간을 ‘연간 3일’에서 ‘연간 6일’로 확대하고, 그 기간 중 유급휴가일을 ‘최초 1일’에서 ‘최초 2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본회의 통과 법안에 반영됐다. 근로기준법에는 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임 의원이 대표발의 한 2개의 법안이 심사돼 법률에 담겼다.

대표발의 법안 7건이 여야 합의 처리에 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번째로 많았다. 문학평론가이자 영화평론가인 강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문화·예술 분야 관련 대표발의 법안이 법률로 만들어졌다.

특히 강 의원의 경우, 대안 반영 형식이 아닌 본인의 대표발의안(원안) 자체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3건이었다.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콘텐츠산업 진흥법 개정안,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은 현장에서의 표준계약서 사용률 제고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사업자 또는 단체에 대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고 표준계약서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 의원은 이 3가지 법안을 22대 국회 임기 첫날인 5월 30일 대표발의했다.

이어 국민의힘 소속 신성범 의원, 민주당 소속 박홍배 의원 및 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은 여야 합의 처리에 따라 6건씩 법률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신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속해 있고, 박 의원은 환노위, 이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 각각 속해 있다. 환경영향평가법 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박 의원 대표발의안이 2건, 근로기준법 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 의원 대표발의안이 2건이 각각 법률에 심사·반영됐다.

여야 합의 처리 법안 76건을 상임위원회별로 살펴보면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체위가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당 안호영 의원이 위원장인 환노위와 최민희 의원이 위원장인 과방위가 각각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세 곳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원회다. 이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7건이었다.

안대용·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