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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식혜까지 중국산...두 배 이상 저렴, 막을 방법 없다
中 배추 수입 전년比 588% 늘어
커피·냉면 등 가공식품도 증가세
고물가 속 소비자도 중국산 선택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배추를 고르고 있는 모습 [연합]

“중국산 가격이 두 배 이상 저렴할 때도 있어서 선택지로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국산 무, 배추 등 신선식품 시세가 급등하면서 급식업체 직원 A씨는 대체 식재료로 중국산을 택했다. 이미 계약된 급식 단가에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A씨는 “국내 산지 상황이 악화돼 품질이 떨어지면 중국산 제품이 나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산 식품이 몰려오고 있다. 배추, 대파, 후추, 무 등 농산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식혜, 면류, 포도주, 차 등 가공식품을 아우른다. 막을 방법은 없다.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이상기후까지 영향을 미쳤다. 국산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산이 주연 자리를 꿰차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원재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중국산을 받아들이고 있다. 높아지는 중국 의존도의 크기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산 가공식품 수입량은 전년 대비 급등했다. 눈에 띄는 품목은 커피다. 지난해 3.6톤에서 올해 22.5톤으로 수입량이 525% 뛰었다. 냉면은 32.4톤에서 283.9톤(775%)으로, 초코류 과자는 2.6톤에서 8톤(214%)으로 늘었다. 인스턴트면은 454.1톤에서 1332.9톤(193%)으로 증가했다. 식혜처럼 새로운 품목도 생겼다. 식혜의 올해 1~8월 수입량은 76.1㎏으로 전년 대비 70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산 가공식품은 주로 식자재 마트를 통해 외식업계로 유통된다. 식자재 유통기업 관계자는 “최근 국내산 원자재 비용이 크게 올라 중국산을 주문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권모 씨도 “인건비와 다른 식재료 비용을 고려하면 김치라도 중국산을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국산 채소 수입량도 늘었다. 올해 1~8월 중국산 배추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8% 증가한 509.4톤으로 집계됐다. 무 역시 487% 늘어난 6493.3톤이다. 시금치와 당근 수입량도 각각 150%, 17% 늘었다.

중국의 최대 농산물 재배지는 산둥 지역이다. 한국과 같은 위도에 있어 국내 농산물 출하 시기와 품질이 비슷하다. 주요 대체지로 꼽히는 이유다. 여기에 중국은 국토 면적이 넓어 계절마다 대체 산지가 많다. 특정 지역의 작황이 좋지 않으면 국민 전체가 영향을 받는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

중국산 채소는 공급이 불안정한 국내에서 빠르게 자리를 꿰차고 있다. 식품 기업들도 제품이나 메뉴 가격을 조정하기보다 중국산으로 원재료를 대체하고 있다. 단체급식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품질에 대한 고객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여전하지만, 과거보다는 덜한 것은 확실하다”며 “국산 농산물 가격 상승과 생육 부진으로 인한 품질 하락으로 인해 중국산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려는 여전하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시장의 논리로 기업이나 소비자가 중국산 식품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식품 분야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중국산 원재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재가공한 뒤 국내산으로 판매하는 것도 소비자를 속이는 일종의 ‘둔갑’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농가 보호나 국내 기업을 위한 지원이 없다면, 중국산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제2의 요소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온 현상 등으로 국내에 공급 물량이 부족하면 이를 수입해서 채우는 수밖에 없다”면서 “계절별 비축 물량을 조절해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정석준 기자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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