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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밸류업 첫발 뗐지만…“섹터별 배분 과치중” “선반영 효과 제한” [투자360]
밸류업, 코스피200과 ‘섹터별 배분’ 차별점
다만 중소형주 편입으로 변동성 큰 점 우려
“주가변동성 키워 투자자 수익 저해”
상반기 저PBR주 기대감 자금 선반영
“정책당국 의지…중장기적으로 봐야”

[헤럴드경제=유동현·김민지 기자] ‘코리아 밸류업(Korea Value-up)’ 지수는 금융당국이 증시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획하고 추진한 정책지수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4일 발표회에서 “지수 발표는 시작”이라며 중장기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수가 실질적 의미를 갖기 위해선 자금 유입이 뒤따라야 한다. 밸류업 지수에 외국인, 기관, 개인투자자 자금이 들어오고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발적 노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최대 관심은 기대감을 안고 밸류업 지수로 들어오는 수급이다.

거래소가 전날 발표회에서 기존 지수와 차별점을 강조한 이유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기존 국내 증시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과 편입 종목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자금 유입 효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미 코스피200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막대한 패시브(시장 지수를 따라 투자) 추종 자금이 들어와 있다. 시장 추정치는 180조원 규모에 달한다. 밸류업에 추가적인 외국인·기관 자금이 들어오기 위해선 투자할 만한 매력(차별점)이 필요하다.

거래소가 내세운 밸류업 지수의 차별점은 다양한 산업별 배분이다. 지수가 특정 산업에 편중되지 않도록 상대평가 방식이 적용됐다. 정 이사장은 “가장 중점을 뒀던 건 형평성 측면에서 산업별로 고른 분포”라며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산업별로 편차가 있어 특정 산업에 소속된 기업 입장에서 형평성 문제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별 배분에 치중하면서 변동성을 키운 점은 자금 유입에 걸림돌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을 둘러싼 변동성에 노출된 중소형주가 편입되면서 수익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수 재편(리밸런싱) 시 중소형주 종목 구성이 크게 달라질 경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당 투자나 가치투자에 대해선 변동성 관련 부분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밸류업 지수가) 섹터 배분 중심으로 가다보니 중소형주가 들어가면서 생긴 변동성이 주가 변동성을 키워 투자자 총수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밸류업 효과 선반영도 자금 유입을 둘러싼 의구심을 낳는다. 지수 출시 전부터 편입이 유력한 자동차·은행 등 저PBR주에 기대 자금이 모이면서 추가 유입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측면에서 최상위라고 할 수 있는 맏형들만 놓고 보면 결국은 다 기대했던 종목들이라는 점에서 당장 폭발력을 주기엔 무리가 있다”며 “다만 당국의 밸류업 의지가 강력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밸류업 지수를 구성한 상위 10개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달한다.

거래소는 밸류업 기대감이 큰 만큼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한다. 정 이사장은 “(해외투자자들은)밸류업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한국 투자를 검토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11월, 12월이 되면 지수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오는데 연기금 뿐 아니라 해외투자자들도 많이 투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부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도 “국민연금 이사장이 밸류업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겠다고 했는데, 매우 고무적”이라며 “지수 발표를 계기로 5대 연기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밸류업지수 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밸류업 지수를 시작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선 세제혜택 등 여건마련이 필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통해 ▷주주환원 증가금액 법인세 5% 세액공제 ▷투자자 배당 증가금액 저율 분리과세 제공 ▷상속세 관련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등을 제시했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의 성패에 향후 세제혜택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 봤다.

한편 '밸류업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은행·통신주가 실제 지수 편입에 대거 빠지자 25일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6분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4.15%(3400원) 내린 7만8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3.52%), 삼성생명(-5%)도 하락세다. 밸류업 지수 편입 기대감을 모았던 SKT와 KT도 각각 0.6% 대 낙폭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서 그간 밸류업 수혜주로 거론됐던 이들 종목이 대거 빠진 여파로 풀이된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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