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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K 선택 D-1, 고려아연 주가 내림세…기관 주주 선택은 [투자360]
공식 입장은 “공개매수 가격 조정 없다”
4영업일 만 주가 하락 전환
7.5% 가진 국민연금 행보 관심
경영권 인수·방어 약한 ‘명분’ 대동소이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가격 조정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매수가격을 상향할 수 있는 기한이 이제 딱 하루 남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기관 주주 선택이 MBK의 공개매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가 계획한 대로 내달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종료하려면 이달 26일까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했던 13일부터 3영업일 동안 주가는 눈에 띄게 상승했다. 경영권을 두고 지분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투기성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 컸다.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66만원은 고려아연의 직전 3개월 평균 주가에 28% 할증된 가격이지만 주가는 단숨에 이를 넘어섰다. 한때 75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4영업일 만인 24일 70만원 벽이 깨진 상태다. 여전히 MBK의 공개매수 제시가보다 주가가 비싼 상태지만 초반 대비 내림세를 보이면서 주주들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MBK는 초기부터 공식적으로 “가격 상향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거래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가격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가 지난해 유사한 패턴으로 시도했던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인수에 실패했던 만큼 이번에는 성공 의지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작년에도 가격 조정 없다는 초기 입장과 달리 막바지에 매수가를 상향하며 승부수를 띄운 바 있다.

다만 이번에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해도 반쪽짜리 성공에 그치는 점은 한계다. 무엇보다 상장사 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주가 변동성을 부추겼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변동성 속에서 이익을 거두는 주주 못지 않게 손실 보는 주주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관전용 PEF 운용사의 본질이 투자기업의 가치 회복과 개선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MBK 행보를 두고 의구심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MBK는 최소 취득 목표치인 7% 지분을 확보하지 않으면 공개매수를 실행하지 않는다. 급등한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일부 주주의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졌다.

시장 관계자는 “만약 고려아연이 비상장사였다면 MBK의 지배구조 개선 시도는 박수 받을 일이다”라며 “다만 다양한 주주가 유입돼 있는 상장사 경영권을 두고 기존 경영진과 분쟁을 통해 PE가 주가 변동성 중심에 선 점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번 분쟁은 경영권을 지키려는 최윤범 회장 측과 이를 가져오려는 MBK 측 모두 주장의 명분이 약하다는 공통적인 지적이 나온다. MBK는 최 회장의 부적절한 경영 의사결정을 견제할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지만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MBK를 중국 자본으로 몰아가 여론 전에 집중하는 상태다.

MBK 역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 씨, 최 씨 두 집안의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해 온 고려아연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파고들었으나 MBK의 가치 판단에 따라 장 씨 측과 손잡은 상황에 지역사회와 여론, 상당수 주주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기관 주주의 차익 실현 의지에 이번 공개매수의 운명이 달려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 지분의 약 48.8%가 비지배주주에 분산돼 있다.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 사업 파트너 합산 지분율이 15% 정도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약 34%다.

MBK 분석에 따르면 고려아연에 기관 주주 비중이 높고 이들의 평균 취득 단가는 45만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요 기관으로는 7.5%를 가진 국민연금을 포함해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이 있다. 최근 3년간 고려아연 주가는 우하향 기조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프리미엄을 받고 일부 지분을 매각할 의지가 있다는 게 MBK 측 설명이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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