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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토니오 파파노 “조성진·임윤찬 있는 한국 클래식계, 정말 부럽다” [인터뷰]
런던 심포니 상임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록스타 같은 조성진·재능 있는 임윤찬 ‘감동적’
“지휘자는 스승이자 영감을 주는 사람”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빈체로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록스타 같은 조성진의 사인회는 한 시간 반이나 이어졌어요. 정말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죠. 솔직히 말하면 한국이 많이 부러워요.”

2018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협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인 안토니오 파파노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휘자 중 한 명인 안토니오 파파노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의 수장으로 취임한 후 첫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다음 달 한국을 찾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자왕과 함께다.

그는 6년 전의 한국 공연을 언급하며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연주할 땐 런던에 거주하는 젊은 한국 관객들이 마치 축구경기를 보러오듯 아티스트를 응원하러 온다”며 “콘서트홀의 에너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했는데, 이런 관객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관객”이라고 말했다. 파파노는 지속가능한 클래식 음악계를 위해 미래 세대 청중 발굴을 위해 고심하는 음악가다.

“젊은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는 정말 달라요. 연주자들은 그 에너지를 즉시 느끼죠. 관객층이 젊으면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을 때의 반응도 더 활기차고, 자유롭고 열정적이에요. 얽매이지 않은 축제의 분위기가 나죠. 이런 반응은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에요. 연주자라면 모두 갈망하죠. 유럽에서도 한국처럼 젊은 관객들의 열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파파노는 한국 아티스트와의 인연도 깊다. 그는 “위대한 예술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과의 작업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했고, 지난 7월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협연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정말 큰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라고 평했다.

“임윤찬, 조성진과 같은 젊은 아티스트들이 어린 나이에 서양 음악에 이렇게 깊이 있게, 단순히 기술적으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완벽히 이해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에요. 그들과 함께 연주해 본 경험이 있기에 이렇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탈리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다. 파파노는 ‘완벽주의 지휘자’로 잘 알려져 있다. 정작 스스로는 “가능한 모든 것을 탐구하고자 하는 욕심 많은 지휘자”라고 말한다. 지휘자로서 파파노의 방향성은 ‘동반 성장’에 있다. 그는 “훌륭한 지휘자는 음악가들과 함께 기술적인 작업을 해내는 동시에 최고의 선생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휘자는 생각할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고, 다양한 생각들을 연결하며,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휘자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주 에너지((performing energy)’와 ‘정확한 목표’다. 그는 “지휘자는 청중과 음악가들을 끊임없이 놀라게 해야 한다. 모두가 놀랄 때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음악에 도달하기 위해 그는 스스로 세워둔 지휘자로의 ‘덕목’을 한 순간도 잊지 않는다. 때로는 ‘열정적인 단호함’으로 악단을 진두지휘한다. 이상적인 아이디어나 결과를 내기 위해서다. 악단과의 관계에선 상호 존중, 정직과 신뢰, 경험의 총량을 염두한다. 특히 청중과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책임감도 파파노가 강조하는 지휘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우리가 다루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가요? 역사적 유산일 수도, 또는 새로운 음악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음악을 가장 잘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어야 하기에, 그 과정에서 느끼는 영광과 책임감을 함께 나눠야 하죠.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그 둘이 하나가 돼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우리는 모두 연주자이자 선생님이자 음악을 가장 훌륭하게 전달해야 하는 자로서 그 역할을 함께 짊어져야 합니다.”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빈체로 제공]

지난 오랜 시간 파파노가 쌓아온 이력은 화려하다. 1990년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으로 임명됐고, 1992~2002년까지 브뤼셀의 벨기에 왕립극장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진 산타 페필리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2012년엔 이탈리아 최고 대십자 기사 훈장(Cavaliere di Gran Croce)과 대영제국 기사 작위를 받았다. 해외 언론에선 그를 ‘안토니오 파파노 경’이라고 칭한다. 런던심포니와는 1996년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2021년 사이먼 래틀이 내려놓은 지휘봉을 건네 받았다. 명실상부 금세기 가장 성공한 지휘자다.

그는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사회 공동체마다 다르다”며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결국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달려있다. 모든 분야에서 누구에게 물어보든 (성공의 척도는)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례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노력의 보상은 ‘관객’에게서 온다. 파파노는 “우린 결국 사람이기에, 관객의 따뜻한 반응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진정 무언가를 이뤄냈는지 아닌지는 오직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그 판단을 바탕으로 다음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며 “그래서 난 마지막 공연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가 성공을 결정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단순한 성공보다는 더 큰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그 목표는 저와 제 동료들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고, 제게 주어진 어떤 작품에서든 음악적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에요. 정말 멋진 삶이지만 동시에 깊은 고민과 노력을 요구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파파노가 이끄는 LSO와 유자왕의 한국 공연은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시마노프스키, 쇼팽과 같은 폴란드 작곡가와 구스파트 말러(10월 1일, 세종문화회관), 베를리오즈와 라흐마니노프, 생상스 교향곡 3번(10월 3일, 롯데콘서트홀), 라흐마니노프와 말러(10월 4, 5일)를 연주한다.

유자왕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도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파파노는 유자왕에 대해 “말 그대로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연주자”라고 했다.지난해 유자왕과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음반은 지난해 애플뮤직 등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의 클래식 음반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파파노는 “유자왕은 화려한 의상과 구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를 단순히 외적인 모습으로만 봐선 안된다”며 “그는 음악에 굉장히 헌신적이면서 철저히 준비하는 음악가이고,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을 겸비한,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다.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도하고 항상 안전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시험해왔다는 점에서 유자왕을 크게 존경하고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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