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센터장이 10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진행한 사업 설명회에서 액침냉각 ESS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윤활기유 기업인 SK엔무브와 손잡고 세계 최초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진행된 사업 설명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선박용 ESS 액침냉각은 플루이드(흐르는 성질을 지닌 액체 및 기체)에 선박용 ESS를 직접 침전시켜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선박용 ESS 액침냉각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SK엔무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 최초로 플루이드 시장에 진출한 SK엔무브 기술력을 주목한 것이다. 서상혁 SK엔무브 이플루이드(e-Fluids) B2B 사업실장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MOU를 맺었지만, 3년 전부터 (협업해)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협약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ESS 시스템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고, SK엔무브는 고품질 윤활기유를 활용한 플루이드 개발을 진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엔무브가 개발한 기술은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에 냉각 플루이드를 채워 화재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셀 하나에 화재가 발생해도 내부에서 화재가 차단돼 다른 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손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센터장은 “선박용 ESS는 안전성이 필수 조건”이라며 “20년 이상의 연구개발(R&D)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온 ESS 설계 능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조 역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SK엔무브의 세계적인 고급기유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첨가제를 활용해 화재 예방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상혁 SK엔무브 이플루이드(e-Fluids) B2B 사업실장이 10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진행한 사업 설명회에서 액침냉각 ESS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기존에 ESS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사용됐던 공랭·수냉 방식과 비교했을 때 액침냉각은 외부로부터 먼지와 염분 등의 유입도 원천 차단한다. 손 센터장은 “공랭·수냉식 모두 간접적으로 배터리를 냉각하는 만큼 효율성이 낮다”며 “플루이드로 직접 냉각할 시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화재 예방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재 원인의 95%는 절연 장치 파괴인데, (액침냉각은) 이를 완벽하게 막는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엔무브는 선박용 ESS 액침냉각 개발을 위해 강도 높은 안전 테스트를 진행했다. ESS에 있는 모든 셀을 차례로 열폭주 시키는 실험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손 센터장은 “셀에 엄청난 전류를 넣어 화재를 내는 등 강한 조건으로 연속 실험을 했는데도 중간에 있는 셀은 멀쩡했다”며 “이를 통과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방식보다 우수한 안전성을 입증한 선박용 ESS 액침냉각의 주요 모델은 글로벌 인증 기관인 노르셰베리타스(DNV), 한국선급(KR)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엔무브는 선박용 ESS 액침냉각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 산하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전기추진선박에 기술을 공급,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를 열폭주시켜 인위적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을 가득 채운 냉각 플루이드(절연액)가 화재를 원천 차단하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SK엔무브와 같이 개발한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선박 ESS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전 세계 선박용 ESS 시장이 2021년 약 21억달러(약 3조원)에서 2030년 약 76억달러(약 10조원)로 연평균 15.5%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손 센터장은 “앞으로 판매할 모든 선박용 ESS에 액침냉각을 적용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엔무브는 선박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플루이드 적용 범위를 확대해 액침냉각 시장 주도권을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3억3000만달러(약 4400억원)에서 2032년 약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까지 연평균 2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