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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암 말기 노점상, 흉기 피습 두달 만에 사망…‘살인죄’다? 아니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 5월 전남 영광의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60대가 휘두른 흉기에 다친 노점상이 치료 끝에 숨지면서 검찰이 피고의 혐의를 살인미수에서 살인죄로 바꿔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6일 광주지법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남모(69)씨에 대한 살인 혐의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전자장치부착·보호관찰 등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른바 '김밥·콜라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유명 형법 판례를 토대로 살인죄를 주장한 반면, 피고 측은 간암 말기였던 피해자의 증상이 악화해 사망한 것이라며 맞섰다.

남씨는 지난 5월 6일 오전 9시 전남 영광군 영광읍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과일을 팔던 60대 노점상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신질환을 앓던 남씨는 사건 당일 증세가 악화돼 일면식이 없는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흉기가 부러지자 주먹과 발로 A씨를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 등에 자상을 입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은 구했지만, 4기 간암이 악화하면서 지난 6월 30일 결국 숨을 거뒀다.

검찰은 A씨가 자상 등으로 제대로 된 간암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보고 '살인미수' 대신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유명 형법 판례인 '김밥·콜라 살인사건'을 사례로 들어 흉기 난동 상처가 지병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밥·콜라 살인사건'은 1993년 전북 전주시에서 조폭 조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 치료 중인 피해자가 입원 중 김밥과 콜라를 먹고 사망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1994년 "살인의 실행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치료 중 김밥·콜라를 먹어 증상이 악화해 숨졌지만, 흉기 피습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보고 살인죄를 인정했다.

A씨의 아내도 이날 법정에서 "남편이 병원의 항암 치료에 차도를 보이고 있었는데, 자상을 입은 후 병세가 악화했다"고 말했다.

반면 남씨 측 변호인은 "이미 간암으로 치료받고 있었고, 증상이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피고인 범행이 피해자의 원인이 아니었다"고 맞섰다.

남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18일 열린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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