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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스틸은 팔겠다는데 美 정치인들은 왜 반대할까
해리스·트럼프·바이든 “매각 안 돼” 제동
US스틸 CEO “일본제철 투자 중요” 호소
‘美 자존심’ 철강산업 대표기업 상징성 커
노동자 표심 노리는 ‘정치적 셈법’ 분석도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US스틸 본사에서 일부 직원이 일본제철의 인수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앞서 US스틸이 인수가 무산될 경우 공장 폐쇄 및 본사 이전을 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내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직원이 지지 시위에 나섰다. [AFP]

철강회사 US스틸 매각에 미국 정치권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매각 불허 방침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0세기 미국 경제 성장을 상징하던 US스틸을 일본 기업에 내줄 수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노동자 표심을 노리는 각자의 ‘정치적 셈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한 공동 유세에서 “US 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인수 계획을 반대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도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1월 “우리는 (1기 재임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이라며 인수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미국 자존심’ US스틸, 日 매각 제동...표심 확보가 진짜 의도?=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국 정부 소식통은 NYT에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아직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전달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이번 절차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할 내용은 없다”며 CFIUS의 심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1억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CFIUS에 심의를 요청했으며 백악관은 당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기 전 이번 거래가 국가 안보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CFIUS는 일본제철의 US스틸의 인수에 대해 안보상 우려가 있는지 심사하고 있다. 만일 CFIUS가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미 정치권 인사들이 US 스틸 인수를 반대하며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기업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1901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설립된 US스틸은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 제조업체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철강 비용이 오르면서 침체기에 빠졌고, 2020년부터 노조원 수를 최대 1만명까지 줄이고,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 제철소를 줄이는 등 경영은 악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분석가는 올해 말까지 철강 수요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반대하는 것을 두고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정치가 좋은 아이디어를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정부는 인수 저지를 통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노조원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현재 US스틸은 약 1만1417개의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고 있으며, 간접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난다. US스틸 직원은 인수가 진행될 경우 일자리 감소 등의 우려로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US스틸 CEO “일본제철 투자 중요”=하지만 US스틸은 수천 명의 고용과 지역 경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일본제철의 인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 불허 방침이 보도되기 전인 4일(현지시간) WSJ와의 인터뷰에서 “매각 계획이 무산되면 피츠버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몬밸리 제철소를 폐쇄하고 본사도 피츠버그 밖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릿은 “일본제철이 US스틸에 투자하기로 한 30억달러(약 4조221억원)가량은 공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거래가 실현되지 못하면 이런 일들을 할 수 없고, 나는 그럴만한 돈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신의 매각 무산 보도와 관련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가 법에 따라 적정하게 심사할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도통신과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전날 “다른 어떤 선택지보다도 (US스틸 인수가) 미국 러스트 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역)를 재활성화할 것”이라며 “미국 노동자와 국가 안전보장에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인수 뒤에는 이사의 과반수를 미국 국적자로 구성하고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본사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제철은 또 “CFIUS로부터 심사 결과는 수령하지 않았다”며 “관계 당국의 심사 시작 후 US스틸 매수가 국가 안보상 우려가 없음을 미국 정부에 대해 명확하게 전달해왔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관련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도 “미일 상호 투자 확대를 포함한 경제 관계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적·포괄적 경제성장 실현, 경제안보 분야 협력 등은 서로에 필요하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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