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충전 100%하면 안된다고요?”…전기차 업계, 전문가 검증 목소리 커지는 이유 [여車저車]
학계 일각 “전기차 90% 이상 충전하면 화재 위험 커”
일부 車 전문 유튜버, 실험 결과 데이터 제시하며 실랄 비판
업계 “양산 제품서 이미 최소 10% 이상 안전마진 확보”
전문성 결여된 거짓 정보가 ‘전기차 포비아’ 키운다는 지적도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전기차) 과충전은 마치 그릇에 물을 찰랑거릴 때까지 담는 것과 같습니다. (충전율) 80~90%까지만 충전해도 여유분이 있으면 과충전이 안되고 전기화재의 상당부분을 없앨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차주들이 그렇게 하지를 않는 것이죠.”(A 교수 방송 인터뷰 中)

“소비자에게 안내되는 100% 충전량은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안전성 검증을 충분히 완료한 구간입니다. 전기차가 배터리의 총용량에서 안전 마진을 남긴 용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차량에 표시된 충전 게이지 수치가 100%가 될 때까지 충전해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습니다.”(전기차·배터리 업계 관계자)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촉발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전기차 과충전에 대한 일부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전기차 과충전’을 지목한 한 교수의 주장을 두고 각종 자동차 관련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전기차 배터리를 90% 이상 충전할 경우 화재 위험이 커진다’는 전기차·배터리 전문가로 알려진 일부 인사들의 발언이다. 전기차 제조사 및 배터리 업계는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 불안을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전기차 충전 제한’, ‘지하 주차장 출입 허가제’ 등 현실성 없는 대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배터리 충전량 90% 이하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일부 관공서와 병원, 아파트 등에서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거나 충전기 전기 공급을 차단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기차·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 충전량(SoC, State of Charge)과 화재 발생 간에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다른 가전제품의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으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이를 차단하고 제어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화재 주요 요인과 배터리 안전 설계표. [현대차 제공]

김동건 현대자동차 배터리셀개발 실장은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자동차사와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기차를 만들 때 충전량 100%를 기준으로 성능, 내구성, 신뢰성,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과충전에 대해서도 차량이 충전량의 100%를 초과해서 이뤄지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보호장치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집에서 전기제품을 과하게 쓰면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것처럼 현대차 전기차도 차량 자체적으로 안전한 수준에서 충전이 되도록 하는 ‘협조제어’, 배터리의 두뇌인 BMS를 통해 과충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막아주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제조 전 단계인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도 이미 안전을 위해 일정 수준의 마진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NCM 배터리의 경우 g당 최대 275mAh 정도까지의 에너지를 담을 수 있으나, 배터리 제조사는 이보다 낮은 g당 200~210mAh 수준만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 역시 일부 사용 가능 용량을 마진으로 남겨둔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내비게이션 화면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충전량 수치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각각 설정한 마진을 제외한 상태로 안전성 검증을 충분히 완료한 구간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셀을 설계할 때 통상적으로 적게는 5~10% 수준의 안전 마진율을 설정한다. 이는 전기차용 배터리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폰 등 다른 가전용 배터리 모두 마찬가지”라며 “안전 마진 없이 제품을 양산한다는 것은 ‘화재는 물론 각종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알고도 물건을 판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어떤 기업도 이런 무모한 선택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전문가라고 불리는 인사들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은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을 위태롭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며 “화재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에서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한 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과 더불어 스프링쿨러 설치 의무화 등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