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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도 아닌데’…10대들에겐 한없이 가벼운 딥페이크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10대 가해자 절반 “큰일인지 몰라”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그게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을 활용한 불법 합성물 가해와 피해 사례가 10대 사이에서도 무섭게 번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로 심층상담을 받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큰 문제라는 자각이 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돌리는 행위가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종의 ‘또래 문화’로만 여겨지며 방치되는 사이 10대의 디지털 성범죄 가해-피해 사례는 폭증했다.

2일 헤럴드경제가 서울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센터)로부터 확보한 자료(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 및 매뉴얼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 센터에서 신층상담을 받은 10대 청소년의 59.0%는 가해동기를 ‘호기심 때문’이라고 답했고, 52.0%는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함’이라고 응답했다.

이들 학생들은 센터의 전문 상담가들과 총 10시간 분량의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부분 상대방의 동의없이 신체를 무단 촬영(몰카)하거나 딥페이크 프로그램으로 허위영상물을 제작해 공유해 학교나 양육자가 센터에 상담 의뢰한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의 ‘가해 동기’는 지극히 가볍게 시작한다. 이명화 센터장은 “장난이나 놀이가 또래들 사이에서의 영웅심이 더해진다. 또래들 사이에서 돋보이려고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나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다’를 보여주면 옆에서 친구들이 박수를 쳐주는 문화 속에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큰 문제라는 인식이 빈약한 상태에서 디지털 성폭력을 저지른 학생들은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재수 없이 걸렸다”는 반응을 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합성물에 대해선 ‘진짜가 아닌데 왜 문제냐’는 인식도 내보인다.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피해자 학교 명단 [SNS 캡처]

이 센터장은 “‘AI는 기술인데 그걸로 만든 대상에도 인격이 있느냐’고 표현하던 상담 학생이 있었다”며 “딥페이크로 같은 반 친구를 합성한 영상을 만들었지만 그걸 진짜 그 친구와 동일하게 취급하고서 만든 건 아니라고 설명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0대의 디지털 성폭력 가해-피해 사례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이 최근 국회 조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배포해 입건된 10대는 2022년에 52명이었다가 지난해 91명으로 늘었고, 올해(7월 말까지)는 131명으로 증가 추세다.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진다. 법 개정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신상공개도 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8만명(2일 기준)이 동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의 디지털 성범죄 문제는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성년자를 다 끌어들이는 디지털 공간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구조인데 이게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 수 있게끔 (범죄) 예방적 교육이 절실하다”며 “기술의 긍정성만 교육만 할 게 아니라 그 기술을 잘못 사용했을 때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화 센터장은 “딥페이크 성착물을 접하게 되면 온라인상에서 도박, 성인음란물 사이트로 이어지는 고리가 있다”며 “아이들에게 단순히 ‘조심해라’, ‘하지 마라’ 수준에 그칠 게 아니라 이런 온라인의 구조에 대해서 알게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kimdo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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