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응급실 붕괴 기로…의료계 “수가 인상·형사소송 면책 대책 필요”
정부, 수가 인상·인건비 지원 등 추진…의료계 “만시지탄”
응급의료 현장 “의료체계 붕괴는 돌이킬 수 없어” 회의적 반응
전공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7일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지친 모습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로 ‘빅5’ 병원 등 서울 주요 응급실 대부분이 인력난을 겪으면서 응급의료체계를 둘러싼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응급의학과 의료진들 사이에선 인력 부족과 저수가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응급실 대부분은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지속되는 인력난으로 파행을 빚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정규 시간 외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세브란스병원은 성인·소아 외상 환자 등을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은 인력 부족으로 정형외과 응급 수술과 입원이 불가능했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은 혈액내과 신규 환자를 받지 못했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과 온열질환자 급증으로 평소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 이에 응급실을 지켜온 전문의들이 과로에 시달리다 점차 병원을 떠나면서 응급실 현장은 악화됐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지만, 의정 갈등 이후 전문의 3명이 사직했다. 최근에는 남은 전문의들 가운데서도 4명이 사직서를 냈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도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도 응급실 당직 근무 시 전문의 1명이 맡아야 할 정도로 인력난이 극심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들 사이에선 이 같은 상황이 지난 2월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특히 고질적 저수가와 형사소송 부담 등으로 인해 응급실 인력은 늘 부족한 상태였는데, 현 사태를 계기로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났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 인력 부족은 전부터 고질적 문제였는데, 이번에 완전히 붕괴 상태에 직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의 지역 병의원 이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가산하고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의 전담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추석 연휴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응급진찰료 수가 가산을 기존 응급의료기관 408개에서 응급의료시설로 확대 적용해 경증 환자를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경증 환자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내원 시 본인 부담분도 기존 50~60%에서 90%로 상향될 예정이다.

의료계에서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공감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대한응급의학회는 “경증·비응급 환자의 본인 부담 상향, 중증 응급환자와 야간 진료에 대한 보상 강화 등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응급의료의 어려움 속에서야 발표된 것은 만시지탄이며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경증 환자의 본인 부담을 대폭 상향하겠다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의료계는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수가 인상과 형사소송 면책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yk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