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러시아 '국민 메신저' 텔레그램의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되면서 러시아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소셜미디어(SNS) 앱이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그 활용도가 더 커졌다.
러시아군은 전장에서 텔레그램을 주요 통신수단으로 이용해왔다. 또한 크렘린궁을 비롯한 정부 기관은 당국의 입장을 발표하고 정책 등을 알리는 데 텔레그램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군과 정부가 이처럼 텔레그램을 적극 이용하는 이유는 이 앱의 강력한 보안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국적자인 두로프가 2013년 그의 형과 함께 개발한 텔레그램은 그동안 강력한 암호화로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폴리티코는 러시아군의 텔레그램 활용은 자체 보안 통신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램과 크렘린궁의 관계를 취재하는 단체 '크렘린그램'의 대표 나자르 토카르는 "요즘에는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을 불태울 사람을 모집하는 캠페인이 인기를 끈다"며 러시아 당국은 모든 일을 텔레그램을 통해서 한다고 설명했다.
군과 정부 조직을 넘어 일반 러시아 국민의 삶에도 텔레그램은 깊이 파고 들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국민 약 50%가 정보를 얻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쟁이 시작될 무렵 기록한 38%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나아가 텔레그램은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쏟아내는 장(場) 역할도 해왔다.
친정부 블로거들과 미디어는 전쟁을 지지하는 입장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텔레그램을 활용하고 있고, 정부의 탄압을 받는 독립 언론들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고 있다.
레바다 센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 약 25%가 텔레그램을 이용해 전쟁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로프의 체포는 러시아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 당국자들은 두로프가 수사받는 과정에서 텔레그램의 암호화된 정보를 푸는 방법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보기관과 가까운 한 텔레그램 채널에 따르면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이날 휴대전화에서 텔레그램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두로프의 체포가 텔레그램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NYT는 텔레그램의 "자금 조달이 복잡해지면서 이 회사가 향후 재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며 "두로프의 체포는 전쟁을 기록하는 지배적인 매체로서의 텔레그램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분석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