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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신탁이익 상반기 ‘역성장’
4대銀 신탁수익 1년새 12.9% ↓
홍콩ELS 영향, 소비자 투자불안 탓
DLF사태후 수익회복세에 또 ‘찬물’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수익성장세

고객의 자산을 대신 관리해 벌어들이는 주요 시중은행의 신탁업무 이익이 상반기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인해 은행 투자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데다, 일부 투자 상품의 판매도 중단된 영향이다. 비교적 홍콩 ELS 여파가 덜했던 우리은행만 수익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비이자이익 확보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는 다른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콩 ELS ‘직격탄’...4대 은행 신탁수익 뚝↓=26일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상반기 거둔 신탁업무 운용수익은 3373억54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733억3300만원)과 비교해 359억7900만원(9.6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수익은 1837억8000만원으로 1년 새 238억1400만원(12.9%)가량 줄었다.

신탁업무 운용수익은 은행 등 금융사가 고객의 현금·부동산·유가증권 등 재산을 대신 맡아 운용해 얻는 이익이다. 예대마진 외 뚜렷한 수익 확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신탁 업무를 통한 수수료이익은 은행의 유망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여겨진다. 고령화에 따른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연간 2554억원 수준이었던 4대 은행의 신탁업무 운용수익은 2019년 9282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DLF(파생결합펀드)와 함께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지며 각종 규제가 도입됐고, 2020년 632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공모형 ELS를 담은 신탁상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판매를 허용하며 ELS를 중심으로 시장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는 올해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지며, 다시금 신탁 시장이 ‘역성장’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홍콩 ELS 사태가 벌어진 직후 줄줄이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나섰다. 수익을 주도하던 ELS 상품 판매가 중단되자, 은행으로의 자금 흐름도 막혔다. 상반기 말 기준 4대 은행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95조원으로 3개월 만에 10조원가량 줄었다.

▶ELS 판매 따라 ‘희비교차’...“비이자이익 확대 어려워”= 은행별 추이를 살펴보면, 홍콩 ELS 사태의 영향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요 은행 중 유일하게 홍콩 ELS 사태의 영향이 미미했던 우리은행의 신탁업무 운용수익은 올 상반기 기준 8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762억원)과 비교해 81억원(10.6%) 늘어나며, 하나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정금전신탁 잔액 또한 지난해 말 1650억원에서 6개월 만에 2015억원으로 365억원(2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신탁업무 운용수익은 1035억원에서 982억원으로 53억원(5.12%)가량 줄었다. 신한은행도 896억원에서 반년 만에 63억원(7%) 감소했다. 1분기 홍콩 ELS 손실 배상 관련 충당금으로만 8620억원을 쌓은 국민은행의 경우 신탁업무 운용수익이 1040억원에서 715억원으로 324억원(31.1%) 줄었다. 1년 만에 주요 시중은행 신탁 수익 1위에서 꼴등으로 고꾸라진 셈이다.

이렇듯 홍콩 ELS 사태에 따른 투자 상품 판매 위축 등 부작용이 이어지며,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수료이익을 견인하던 ELS 상품의 판매 재개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ELS로 인한 손실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투자자들과의 법적 분쟁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ELB 등 대안 상품도 등장했지만, 은행 투자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은 수수료이익을 거둘 수 있는 여타 부문의 영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방카슈랑스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4.9% 늘어난 181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의 경우 판매 창구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이익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당분간은 이익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영업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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