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폭염·열대야로 전력수요↑
폭탄급 청구서 내달 발송 가능성
與, 민생차원 요금개편 필요성 언급
당국, 한전 적자에 “폐지검토 안해”
올해 여름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자 누진제 폐지 등을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해 200조원이상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심화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요금 청구서는 보통 납기일(매달 말일)의 7일 전까지 우편이나 이메일, 휴대폰으로 전송됨에 따라 이번주 각 가정으로 발송됐다. 주택용 전력요금(저압·하계)은 사용량에 따라 ▷300kWh 이하는 기본요금 910원에 kWh당 120원 ▷201~450kWh는 기본요금 1600원에 300~150kWh구간(kWh당) 214.6원 ▷450kWh 이상 기본요금 7300원에 450kWh 초과 구간(kWh당) 307.3원으로 각각 증가한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기요금의 특성에 따라 올해 7~8월 전기요금은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주 발송된 지난달 요금보다 추석연휴직후인 다음달 세번째주께 발송되는 8월 전기요금 청구서가 폭탄급일 가능성이 높다. 이달만 6차례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19~20일에는 태풍 ‘종다리’ 영향으로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여름 전력수요가 최대에 달했던 6번의 기록은 ▷97.1GW(20일) ▷95.6GW(19일 오후 6시) ▷94.7GW(19일 오후 5시) ▷94.6GW(13일) ▷94.5GW(12일) ▷93.8GW(5일) 등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누진제 폐지를 포함한 전기요금 개편을 이슈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21일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누진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특별발제를 통해 “현재의 누진제가 국민의 생존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설계, 필수 재화인 전기에 적용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입법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곽 의원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주택용 전기요금에 도입된 누진제의 위법을 다투는 소송을 진행해왔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전기요금 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상태다. 한동훈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폭염기에 전기료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한 대책을 당정이 함께 논의할 것”이라며 “전기료 감면 법안을 여야가 합의해 민생법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력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누적적자로 인해 아직 전기요금 추가 감면이나 누진제 완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전 누진제는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서민층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후 전력수급 상황과 여름철 냉방비 이슈 등을 고려해 10여차례 조정됐다. 2016년에는 여름철 폭염에 따른 누진제 논란이 제기되자 11.7배(1~6단계)에서 3배(1~3단계)로 대폭 완화했다. 2019년부터는 여름철 누진구간을 확대해 냉방비 부담도 추가로 줄였다. 한전은 2016년 누진제 완화(6단계 → 3단계)시 연간 9400억원의 수익이 감소했고, 2019년 여름철 누진구간 확대에 따라 연간 2800억~3700억원 소득이 줄었다.
현재 한전 부채는 200조원 이상이고, 누적적자 4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누진제 폐지를 폐지하거나 획일적 요금감면을 단행할 경우 한전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