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마지막으로 시카고에서 나흘간 열린 미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모두 끝났다. 지난달 18일 미 공화당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연 전당대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락 연설을 했다. 양당 전당대회는 공히 할리우드의 나라다운 연출력을 보여주면서도 모든 면에서 대조를 이뤘다. 이번 선거가 ‘미국적 가치’와 ‘미국적 삶’이 무엇인가를 규정하기 위한 싸움임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할 것이다.
민주·공화 할 것 없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 중 하나는 ‘싸우자’(fight)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 지지 연설에서 “이젠 모두가 미국을 위해 싸울 때”라고 했다. 공화당 대회에선 트럼프 뿐 아니라 장·차남과 청중 모두 “싸우자”고 외쳤다. 트럼프가 지난달 피격 직후 손을 들어올리며 ‘싸우자’고 연호한 까닭이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에 대해선 달랐다. 오바마는 “우리는 우리가 믿는 미국의 미래와 희망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며 “모두 함께 더 안전하고, 더 정의로우며,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로운 나라를 건설하자”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 이 위대한 나라를 위해 싸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되찾아 오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자유와 평등’을 강조했고, 트럼프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은 ‘위대한 미국’을 내세웠고 민주당 행정부에서 빼앗긴 ‘아메리칸 드림’을 되찾겠다고 했다. 행사 배경 노래조차 달랐다. 시카고엔 비욘세의 ‘프리덤’(자유)이, 밀워키엔 리 그린우드의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가 울려퍼졌다. 민주당에선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한국계 앤디 김 하원의원이 지지연설을 했다. 공화당에선 골프 코치, 이종격투기대회 회장, 프로레슬러가 연단에 올랐다. 공히 ‘흙수저 출신 백인 남성’인 부통령 후보들도 대조적인 미국적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했다. 민주당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교사 출신 평범한 동네 아저씨 모습이지만, 당내 진보파다. 공화당 J.D. 밴스 상원의원은 예일대 로스쿨 출신 성공한 엘리트이자 강경 보수파다.
미국도 정치 양극화가 큰 문제이지만, 정당의 가치지향을 명징하게 보여주며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세련된 방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장면도 우리로선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