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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K-매운맛, 청양고추에 대한 오해

요즘 유럽에서 우리나라 식품회사가 만든 매운 라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덴마크에서 일부 제품이 리콜 조치 됐다 해제되는 일이 있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이 일을 계기로 라면의 인기는 더 치솟고 있다. 덩달아 한국 매운맛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매운맛을 이끄는 주인공을 꼽자면 청양고추를 빼놓을 수 없다. 청양고추는 일반 풋고추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길이가 조금 더 짧고 껍질이 얇은 것이 특징이다.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그냥 먹어도 특유의 알싸함이 입맛을 돋워준다.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고추지만, 청양이 어떻게 붙여진 이름인지, 우리 품종은 맞는지, 정확히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또한 최근까지 로열티 지급 등에 대한 혼란이 있어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고자 한다.

청양고추는 1983년 국내 종자 기업인 중앙종묘에서 태국 재래종인 ‘MS태국’과 ‘제주재래종 고추’를 교잡하여 만든 국내 품종이다. 청양이라는 이름은 개발 당시 지역 적응시험을 수행했던 경북 청송의 ‘청(靑)’과 경북 영양의 ‘양(陽)’을 따서 붙인 것으로, 이 이름 그대로 상표권이 등록됐다. 이후 1998년 외환 위기(IMF) 시기에 중앙종묘는 멕시코 종자회사 세미니스에 인수되고, 세미니스는 2005년 미국의 몬산토, 2018년에는 다시 독일 바이엘에 인수되면서 청양고추는 로열티 지급과 종자주권 상실의 상징이 됐다. 그럼 우리나라는 외국계 회사의 청양고추에 비싼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우선 청양고추 원조 품종은 지금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청양 품종이라는 것은 2000년대부터 국내 종자회사들이 병 저항성 등 성능을 개량해서 판매 중인 청양계 고추 품종들이다. 매운맛과 식감이 우수한 약 30여 종이 재배 중인데, 이들의 종자 시장은 약 60~70억 원 규모로 추정한다. 모두 우리나라 종자 기업이 개발한 품종이므로, 청양계 고추의 종자 자급률은 100%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청양고추에 따라붙는 로열티도 고추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흔히 품종 사용료로 불리는 로열티는 딸기, 국화, 장미, 키위 등 접목, 삽목, 조직배양 등의 방식으로 묘를 생산하여 유통하는 영양번식 작물에 적용된다. 고추, 배추처럼 종자를 구입해서 재배하는 작물은 별도의 로열티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청양고추 로열티 논란은 많은 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오해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종자주권과 농산물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 노동력 감소, 고령화 등 급변하는 환경과 현장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고추 품종 다양화에 노력하고 있다. 기계로 수확하거나 한 번에 수확할 수 있는 품종, 병과 해충, 재해에 잘 견디는 품종, 또 건강기능식품의 원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고기능성 품종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품종 육성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유전체 연구에도 매진 중이다.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우리 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국산 고추 소비, 품종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확하고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우리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 더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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