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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보란듯’… 의료계, 수사중 불구 ‘감사 의사들’ 조롱게시글 갱신
명단 작성자 “명단,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남아있을 것”
“병원 사직, 후배 전공의에 사과하면 명단에서 빼주겠다”
이른바 ‘감사한 의사들 명단’(게시자는 ‘감(귤을) 사(랑한) 의사들’로 명칭하고 있다) 작성자는 “병원을 그만두면 명단에서 빼주겠다”며 집단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를 압박하는 듯한 글도 게시했다. [해당 사이트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집단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 전임의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의 명단까지 ‘감사한 의사’라고 반어적으로 조롱하며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 사안에 대해 수사 중인데도 불구하고 파일정보 공유 사이트들을 바꿔가며 명단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명단에서) 영원히 안 빠진다”며 “병원을 그만두고 후배 전공의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명단에서)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도 했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 등 약 800명 이상의 해외 해커들의 파일정보 공유 사이트인 ‘0bin넷’에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전에는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전국 병원의 전공의, 전임의,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한 의대생 리스트가 올라왔다면, 업데이트 된 리스트에는 하반기에 모집된 전공의들의 명단과 촉탁의, 취업하지 말아야 할 ‘블랙’ 미용의원까지 담겼다.

집단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병원별·학교별 전임의·전공의·의대생 명단 뿐 아니라 블랙 미용의원, 교수·정치인·보건복지부 공무원·기자들의 이름까지 포함됐다. [해당 사이트 캡처]

명단 공개에서 끝나지 않았다. 명단과 더불어 출신 대학과 학번 등 상세한 개인정보까지 공개한 것이다. 몇몇 전공의·전임의에 대해서는 과거 행적 등 악의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부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하는 교수들, 집단사직 관련해 언론에 의견을 밝힌 대학교 총장들과 교수들·병원장 이름과 보건복지부 공무원 이름도 있었다. 정치인 및 집단사직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의 이름까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위 전공의, 전임의 등에게 사과를 하고 병원을 그만두라는 압박하는 듯한 문구도 적었다. 명단 작성자는 “2024년 펠로우(전임의) 분들 리스트에서 빠질 기회를 8월 30일까지 특별 이벤트로 주겠다”며 “지금 안빠지면 영원히 남는다. 내가 약속하는데 30년 뒤에도 이 리스트가 남아있을 것이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남아있을 예정인데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3월에서 9월까지 일해 6개월이면 펠로우 경력을 인정받는다고 알고 있다”며 “인정받기 전에 그만두고, 인증샷과 후배 전공의들에게 진정성 있는 카톡이나 텔레그램을 보낸 인증샷과 진정성 있는 글 자체를 사이트 등에 올리면 명단에서 내려주겠다”고 했다.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한 제보방법도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네이버 메일 등은 피하고 구글 메일인 지메일, 또는 개인정보 없이 가입이 가능한 메일을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사진 등 첨부파일이나 링크는 보안상 읽지 않는다며 텍스트 형태로만 제보해달라고 안내했다.

앞서 경찰은 의사 커뮤니티에 집단 사직에 동참하지 않은 ‘참의사 리스트’를 작성한 의사 5명을 지난달 중순 업무 방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그러나 낙인찍기와 조리돌림은 계속되고 있다. 파일정보 공유 사이트에 이른바 ‘감사한 의사 명단’ 작성자는 “이 사이트는 신고를 해도 삭제되지 않는다”며 “일주일 단위로 명단을 업데이트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이트를 바꿔가며 명단을 게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추적 중”이라며 “현재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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