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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생 해법과 국토균형발전 [김형렬의 건설人sight]

“This is Sparta!”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복종을 요구하는 페르시아 사절을 우물 속으로 걷어차며 일갈했다. 극화된 장면이지만, 당대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던 페르시아의 지배욕에 저항할 정도로 스파르타의 저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결국 멸망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원인은 여러가지겠지만, 인구부족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강한 전사만을 길러내는 경쟁구조와, 자녀들에 대한 과도한 양육비용의 부담 등으로 출산율이 바닥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가,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적 수준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동력은 높은 학구열과 인적자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래의 성장동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뉴욕타임즈는 작년말 ‘한국은 소멸하는가’ 제하의 칼럼에서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백지계획.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직속조직인 중화학추진위 실무기획단의 ‘비밀프로젝트’로 1977년 11월에 작성됐다. 입법, 사법, 행정부와 함께 유수의 대학도 지방 행정수도로 옮긴다는 계획이었다. 모든 것을 백지에서 논의하고 검토한다는 의미에서 ‘백지계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박 전 대통령 서거로 모든 계획이 중단됐다. [출처 나무위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대책’을 발표했다. 정책 수혜계층을 늘리고 혜택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전담조직인 ‘인구전략기획부’의 신설도 포함되었다. 전담부처가 생기는 만큼 문제의 해결책도 이제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역사적으로 어느 나라든 정치지도자는 통치철학에 따라 수도이전, 국토 균형발전 혹은 인구분산 등을 시도해 왔다. 의도는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 발전동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이사’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은 세계정치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워싱턴’을 수도로 정하기까지 몇 차례의 수도 이전이 있었다. 1776년 영국 식민지 13개 주의 대표가 필라델피아에 모여 독립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할 무렵, 최초의 임시수도는 ‘뉴욕 시’였다. 이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지 워싱턴은 1790년 국가 정체성 확보 차원에서 독립선언 채택장소였던 ‘필라델피아’를 향후 10년간 잠정수도로 선정했다. 같은 해 ‘수도소재지법’을 제정하며 미 동부의 포토맥 강 주변지역을 수도 건설지로 결정했고, 1791년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 사이의 부지를 최종 선정했다. 1800년 해당부지로 수도를 이전하면서, 수도 이름은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의 이름을 땄다. 이로써 ‘워싱턴 D.C’가 역사에 등장하였다.

워싱턴 D.C 전경 [출처 나무위키]

독일은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 ‘베를린’과 ‘본’의 역할이 나뉘었다. 1871년 독일제국 출범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까지 독일 수도는 ‘베를린’이었다. 동서 분단이후 서독은 임시수도로 ‘본’을 결정했다. 1990년 동·서독 통일조약 체결로 ‘베를린’이 통일수도로 낙점된 이후, 1994년 ‘베를린과 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16개 정부부처 중 10개 부처는 베를린, 6개 부처는 본 소재를 공포했다. 1999년 연방의회와 이전대상 부처의 베를린 이전이 완료됐다. 현재 대다수 부처의 장관들은 베를린에 상주하고 600km에 달하는 베를린과 본 사이를 직원들이 왕복하고 있어, 이에 따른 업무 비효율성과 본 소재 부처는 2급 부처라는 사기저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브라질은 대서양에 연해있는 옛 수도 ‘리우데자네이루’는 외세의 침입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대한 우려를 씻고 내륙지역의 성장거점 확보를 위해, 1955년 내륙으로 1,200km 들어간 ‘브라질리아’를 신수도로 선택했다. 이후 1960년 행정, 입법 및 사법부의 이전을 마쳤다. 도시전체가 제트기 형태로 설계된 ‘브라질리아’는 자연경관과 인공시설의 조화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되었다. 그러나, 수도로서의 상징성과 행정기능 위주로만 건설됨에 따라 여가, 문화 등 도시 지원기능과 산업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이전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산업화 바람을 타고 국민들이 서울로 몰려들던 1970년대부터다. 1960년 244만명이었던 서울 인구가, 1970년에는 543만명으로 폭증했다. 이에 따라 열악해진 주거환경과 접경지역과의 근접에 따른 군사적 위협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수도이전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역대 모든 정부가 국토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수도이전을 천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울의 근본문제는 인구증가에서 비롯된다. 서울의 인구집중을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행정수도 이전이다.”라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대선에서 “수도권 집중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의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의 거점 육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행복도시 전경 [출처 행복청]

이에, 행복청은 2006년 7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기군·공주시 일원에 면적 73.01km2, 인구 50만 명 규모의 ‘행복도시 세종’을 건설 중이다. 현재 공정률 59.85%이며, 44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 완료했고, 목표인구 50만 명중 30만6000명을 달성했다. 지난 6월 한국지역경영원이 발표한 ‘2024년 대한민국 지속가능한 도시’에서 세종시가 종합 1위를 차지한 바, 이는 공무원 등 젊은 인구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출산율 및 아동인구 비율이 전국 최고수준인 인구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삶의 기회’의 땅이 되어버린 수도권이라는 한정된 공간으로만 몰려든다면, 인구과밀로 인한 높은 집값과 치열한 경쟁, 이에 따른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게 되어 어느 누구도 자녀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나이지리아의 옛 속담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르러서는 “아이 하나를 태어나게 하는데 온 나라가 필요한 상황”으로 확대된 듯하다. 출산 및 육아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지속 발전과도 밀접한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외세 침략 등 빈번한 위기가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위기 대응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위기극복 DNA를 발휘할 시점인 듯하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초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도시 인구집중도를 OECD수준으로 낮추면 출산율이 0.41명 상승한다.”고 추정했다. 이제는 ‘출생 인프라’ 구축도 국토의 균형발전 전략에 포함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세종시민들의 주거만족도와 인구구조 변화 등을 눈여겨봐야 할 듯싶다.

질병 발생 시 완전하게 치유하려면, 증세를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질환의 원인을 찾아 뿌리 뽑는 원인요법이 이뤄져야 한다. 청춘들이 2세 갖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의 치유를 위한 요법으로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지속가능한 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행복도시 세종’이 그 역할을 하여 ‘국토 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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