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순매수로 영향력 유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는 줄이면서 거래빈도는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락장에 등 돌린 외국인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복귀하는 가운데 거래규모보다는 활발한 거래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미국 경기침체 현실화 여부를 둘러싼 관망세에 따른 순환매 전망이 나온다.
21일 코스콤 체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 이달 초부터 19일까지 12거래일 기준 상장주식 회전율은 44.66%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 기준 회전율(36.78%)보다 7.88%포인트 늘었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수치다. 회전율이 높은 건 사고파는 움직임, 즉 손바뀜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는 감소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달(12거래일 기준) 1조715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이달 같은 기간 동안 718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초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던 이틀(8월 2·5일)에만 1조9735억원 어치를 팔아치운 영향 때문이다. 올해 월별 같은 기간 기준 외국인투자자들이 매도 우위를 보인 건 지난 5월(-9541억원) 이후 두 번째다.
두 지표를 종합해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순매수 규모는 줄었지만 거래 빈도는 늘어나면서다. 특히 이달 회전율(44.68%)은 ▷3월(49.51%) ▷2월(48.13%) ▷6월(44.58%)에 이어 올 들어 네 번째로 높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23조282억원)로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순매도로 전환된 가운데 회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셈이다. 거래 비중도 높다. 코스피 기준 이달 외국인투자자 거래비중은 28.2%를 기록했다. 지난 2월(28.4%)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로 높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순매수 규보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 수급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활발한 거래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증시의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순환매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되자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복귀하는 흐름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주 1조674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직전 주 순매도(-1조6431억원)에서 주간 단위 매수 우위로 전환됐다. 이번 주 들어서도 1679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잇달아 발표된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매판매가 모두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경기침체 우려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면서 관망세 속 저가 종목 중심 매매 전망이 나온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둔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고점과 저점을 비교하며 들어가는 단기적 트레이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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