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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바이 초콜릿은 낭만적 자본주의의 산물일까?[조원경의 현인들의 경제적 조언]
‘두바이 초콜릿’으로 잘 알려진 픽스사의 초콜릿[인스타그램@fixdessertchocolatier 제공]

로알드 달(1916.9-1990.11)은 영국의 소설가다. 노르웨이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 노르웨이 이민자 부모는 아이들에게 영국식 교육을 받게 하려는 열망이 있었다. 아버지가 별세한 뒤에도 어머니가 노르웨이로 돌아가지 않은 건 그 때문이었다. 아동문학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의외로 추리물이나 미스터리 장르도 썼다. 잘 알려진 작품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마틸다》 등이 있다. 로알드 달은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흥미롭고, 유쾌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만든 작가다. 인간의 심리 묘사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전 세대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던 작가로 손꼽힌다.

1970년대 바나나는 높은 관세로 사 먹기 어려운 과일이었다. 관세가 폐지된 지금은 가장 값싼 과일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어떤가? 초콜릿만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많이 간직한 대상도 드물지 않을까? 친구의 초콜릿을 얻어먹으려고 잘 보이려한 기억, 엄마가 사준 초콜릿을 한 조작 한 조각 아껴 먹던 시절, 젊은 시절 배우 채시라가 선전하던 가나 초콜릿에 푹 빠졌던 시기.... 이제는 흔해져 버려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초콜릿에 대한 저마다의 향수는 다를 것이다. 매년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 선물을 주며 사랑을 고백한다.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날 받은 초콜릿은 비만을 혐오하는 사람에게 처치하기 곤란한 흉물이 되기도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허쉬 초콜릿 공장을 방문한 이들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란 소설 이야기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 공장에서 놀이기구를 타면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긴 하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다. 상자를 열기 전엔 어떤 맛이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명대사를 음미하며 찰리와 초콜릿공장 여행을 떠나보자.

1954년 칼 반 베흐텐이 촬영한 로알드 달

매일 엄청난 양의 초콜릿을 생산해 세계 각국으로 운반하는 공장이 있다. 그 누구도 공장을 드나 드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비밀의 장소다. 이 공장보다 더 신비로운 수수께끼는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인 윌리 웡카라는 인물이다. 그는 몇 년 동안 공장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초콜릿 만드는 일에 왜 광분하는 지 사람들은 궁금해 할 뿐이다. 어느 날 웡카가 5개의 행운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에게 자신의 공장을 공개하고 그 모든 초콜릿 제작과정의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을 한다.

전 세계 어린이들은 황금티켓을 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하며 흥분한다. 찰리는 가난한 집의 소년이다. 초콜릿 공장 옆의 다 쓰러져 가는 작은 오두막집에서 조부모 4명과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잠들기 전 초콜릿 공장 안이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하며 잠이 들곤 했다. 매일 싱거운 양배추 수프와 감자를 먹는 소년에게 초콜릿은 그림의 떡이다. 초콜릿은 일 년에 한 번 생일 때나 먹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였다. 웡카의 선언에 따라 세계 각지의 가게에서 초콜릿이 불티나게 팔린다. 5명 중 1명에게는 특별한 상을 준다는 문구와 함께,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티켓 찾기에 혈안이 된다.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초콜릿을 살 수 없었던 찰리는 슬픈 마음이 들었다.

첫 번째 티켓을 가진 아이는 초콜릿을 늘 달고 사는 소년, 두 번째 티켓은 갖고 싶은 건 뭐든지 가져야 하는 부잣집 소녀가 발견한다. 넘치는 승부욕으로 껌 씹는 대회에서 챔피온을 한 소녀가 세 번째 티켓의 주인공이 된다. 네 번째 티켓은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세상에 과시하기 위해 도전에 응해 목적을 달성한 집념의 소년이 가져간다. 마지막 황금 티켓은 누구에게 간 걸까?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한 장면[네이버 영화 제공]

찰리 부모님은 생일 전날 찰리를 위해 초콜릿을 사 줬지만 티켓이 없어 찰리는 크게 실망했다. 과거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에서 일했던 외할아버지가 찰리에게 비상금을 내주어 하나 더 사라한다. 불행히도 티켓은 또 없었다. 찰리는 공장 문 앞에서 간절히 기도를 하고 눈 쌓인 거리에 파묻힌 지폐를 우연히 발견하다. 돈을 주인에게 찾아 주려했으나 찾아 줄 수가 없었다. 그 길로 바로 초콜릿을 샀는데 마지막 골든 티켓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골든 티켓을 보자마자 팔라고 한다, 가게 주인은 이를 뿌리치라한다. 찰리에게 빨리 집으로 가라 재촉해서 그는 잰걸음으로 뛰어 집으로 간다. 외할아버지는 너무 기뻐하셨다. 찰리는 초콜릿을 더 비싼 가격에 팔아 집안 살림에 보태려 했으나 이내 생각을 접는다. 돈은 매일 찍어 내지만 티켓은 세상에 다섯 장 밖에 없는 것이니까.

5명의 어린이와 성인 보호자가 도착할 때, 초콜릿 공장의 불가사의한 광경이 펼쳐진다. 보호자 1명을 데려오라는 안내문에 따라 찰리 역시 외할아버지와 함께 공장을 가게 된다. 찰리는 다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와 함께 윌리 웡카를 따라다니며 거대한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다. 그곳에서 초콜릿 폭포, 초콜릿 강,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 민트 설탕 풀, 머쉬멜로우 체리크림 등 비현실적인 환상 앞에 방문들은 압도당한다. 그 공장에서 비밀스럽게 일해 온 작은 생물들은 움파룸파족이라고 불렸다. 한편 찰리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아이들은 말썽을 일으키며 결국 모두 견학 중간에 사고를 당하게 된다. 착한 찰리의 마음을 간파한 웡카는 찰리에게 공장을 물려주고 싶어하나 찰리는 가족을 떠날 수 없다며 거절한다. 윌리 웡카는 찰리가 자신의 후계자로 공장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 알려준다. 찰리는 할아버지, 윌리 웡카와 함께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간다. 찰리의 가족 모두가 공장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소설은 우리에게 어떤 경제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첫째, 절제와 인내의 미학이다. 4명의 탈락한 아이들을 통해 작가는 찰리의 선량함과 가족주의를 찬양한다. 비만과 당뇨가 대세가 된 세상에서 우리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본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는 한마디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크기는 하지만 공평하게 나누어 지지 않은 케이크(자본주의)와 작지만 공평하게 나누어진 케이크(사회주의), 그러나 공평하게 나누어진 케이크의 각 조각이 커다란 케이크의 가장 작은 조각보다도 작다면 당신은 어느 체제를 선택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자본주의는 정당화 된다. 그럼에도 효율과 형평을 함께 추구하는 지혜가 절제와 인내가 미흡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현대 자본주의에 주는 경고가 아닐까?

둘째, 새로운 경험의 선사다. 초콜릿 공장이 많지만 윌리 웡카의 공장은 이색적이다. 소설은 영화화되어 많은 볼거리를 줬다. 불황의 늪을 넘기기 위해서는 맛의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요즘 두바이초콜릿의 인기가 대단하다. 카페들은 가장 먼저 두바이초콜릿을 새 메뉴로 올렸다. 백화점은 이들을 팝업스토어로 유치했다. 편의점은 잇따라 두바이초콜릿 스타일의 제품을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인플루언서 마리아 베히라는 SNS에 두바이에 위치한 디저트 업체 ‘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의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초콜릿 광고’ 영상을 올렸다. 이후 세계가 이 수제 초콜릿의 맛에 빠졌다. 사람들이 관심 갖는 상품을 지속 발굴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자본주의가 나아갈 방향이다. 우리나라의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요아정도 선풍적 인기다.

셋째, “온정적 자본주의”의 중요성도 생각할 거리다. 책은 가난한 자의 편에서 따뜻한 마음의 올곧음을 강조한다. 1916년에 쿠바에서 6만5000에이커에 달하는 사탕수수밭을 일군 밀턴 허쉬는 초콜릿으로 달달한 자본주의를 시도했다. 분배와 상생에 기초한 일대의 실험이었다. 그는 영국 초콜릿 산업을 주도했던 퀘이커교 기업들의 생각을 염두에 뒀다. 주5일제, 연금 정책, 민주적 노사관계처럼 오늘날도 논란이 되는 이슈를 파격적으로 실시했다. 허쉬 초콜릿은 온정적 노사관계를 원칙으로 삼았다. 악명 높았던 설탕과 노예 노동 간의 악마적 짝짓기와 단절하려 했다. 그의 꿈은 날라 간 것인가? 우리가 허쉬를 존경하는 것은 그가 부의 단순한 축적, 노동비용 절감,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가장 큰 욕망은 “타인의 행복”에 있었다.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강제노역을 방조한 혐의로 글로벌 초콜릿 회사 7곳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집단소송에 참가한 이들은 어린 시절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웃 국가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으로 팔려갔다가 탈출한 청년들이다. 이들은 16세 미만의 나이에 카카오 농장으로 끌려가 수년간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했다고 주장했다.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만큼 행복하다는 밀튼 허쉬 창업주의 말이 귓전을 울린다. 그는 초콜릿계의 계몽 군주였다. 그가 쿠바의 시엔 푸에고에 세운 제당공장을 보자. 여느 외국계 기업과는 다르게 쿠바의 자원과 노동력을 대놓고 약탈하거나 수탈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지금 그런 자본주의와 얼마나 멀어져 있을까?

1920년대에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제조된 허쉬 전차 17대가 사탕수수밭을 여기저기를 누볐다. 지금은 달랑 3대만 남았다. 노동자와 사탕수수를 공장과 항구로 실어 나르던 전차는 이제 관광열차로 거듭나 현재와 과거를 씁쓸하게 잇고 달리고 있다. 2017년부터는 운행노선을 대폭 단축했다. 차량 노후화로 고장이 잦고 유지 보수비 감당도 어려워서였다. 밀턴 허쉬가 찰리를 태우고 우주로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인생은 초콜릿보다 더 달콤하다.” 책속의 말을 생각하며 우리는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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