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하루가 멀다고 계속 올리고 있다. 꺾이지 않는 대출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압박에 한달 보름 사이 5대 시중은행 합쳐 20여차례나 올렸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는데 억지로 올리자니 가산금리를 계속해서 올리는 상황이다. 가속하는 ‘금리 역주행’에 실수요자인 서민들은 울상이다.
KB국민은행은 20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한다. 지난달 3일과 18일 각각 0.13%포인트, 0.2%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이달 2일 전세자금 대출 금리 0.3%포인트 인상, 7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0.1%포인트 추가 인상까지 다섯 차례 대출금리를 올린 셈이다. 신한은행도 뒤질세라 21일부터 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올린다. 지난달 29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한 뒤 네번째다. 하나은행도 22일부터 감면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갈아타기 전 상품의 금리도 0.1%포인트 줄이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에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가계대출 급증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 9178억 원으로, 이번 달 들어 보름 사이 4조 1795억 원이 불었다. 지난달 인상폭이 7조 1660억 원이었는데 이대로라면 7월 인상폭도 뛰어넘을 기세다. 가계대출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아파트값 상승에 있다. 지난 8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0.32% 올랐는데 상승폭이 전주(0.26%) 대비 0.06%포인트나 확대됐다. 5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으로 ‘8·8 부동산 대책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 탓이 크다. 집값 오름세를 감지 하지 못한 채 신생아특례대출로 사실상 부동산 부양책을 쓰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2단계 적용 연기로 빚내기를 부추겼다. 그렇게 늘어난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며 이젠 금리를 올려 서민 대출을 죄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금리 인하 경쟁을 통해 서민들이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도 덩달아 오르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치 금융으로는 집값도 가계부채 관리도 역효과만 난다. 지금상황에선 시행예정인 DSR2 적용 범위와 수준을 엄격히 하고 정책대출 공급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8·8 부동산 대책’도 효과가 나오고 있지 않은 만큼 불안심리를 잠재울 특단의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애꿎은 서민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