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이 무산됐다. 소액주주들 다수가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를 반영,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시하겠다는 게 셀트리온 측의 입장이다.

현실적으로는 합병을 강행할 경우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재무 부담이 합병 시너지 효과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도 합병 무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셀트리온그룹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 검토 결과를 토대로 현 시점에선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냈다.

앞서 특별위는 7월 3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양사 합병 관련 주주 설문조사 및 회계법인 외부평가, 글로벌 컨설팅사의 내부 평가 등을 진행했다.

특별위에 따르면, 주주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 주주는 반대가, 셀트리온제약 주주는 찬성 입장이 우세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양사 합병과 관련,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의견을 표명했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에 따라 반대 의견에 대주주 지분까지 합산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로 추산됐다. 기권 의견까지 더하면 총 96%의 주주가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게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셀트리온제약의 기업가치가 과평가돼 있어 양사 합병 시 셀트리온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내외부 평가에서도 합병 추진의 잠재력은 인정되나 시기가 이르다는 판단이 나왔다. 외부평가를 담당한 회계법인들은 셀트리온제약이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가 구체화되지 않아 향후 성과가 구체화될 시점에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것이라고 결론냈다.

특히, 현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면 재무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합병 반대·기권 의견 비율을 고려할 때, 합병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자금 유출이 앞선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당시 수준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매수청구권 자금 조달 과정에서 셀트리온의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리란 분석까지 나왔다.

다만, 셀트리온은 향후 적절한 시기에 재차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셀트리온은 양사가 합병할 경우 ▷바이오·케미컬 기술 융합의 R&D 강화 ▷CMO 사업 확장 ▷비용절감 ▷생산효율화 등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식 특별위원장은 이사회 이후 “특별위에서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도출한 결론을 이사회에 제출했으며, 이 같은 의사 결정 과정은 ESG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더 몰두할 계획”이라며 “양사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다.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주주 의견에 귀 기울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해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