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은행들이 올 상반기에도 퇴직 직원에 최대 10억원이 넘는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규모가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돈을 쥐여주는 희망퇴직 제도가 지속된 영향이다. 다만 은행 직원들이 올 상반기 받은 평균 급여는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장사에 따른 ‘돈 잔치’ 비판을 의식한 영향으로 보인다.

15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직원이 올 상반기 받은 평균 급여는 605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50만원)과 비교해 100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 5870만원이었던 4대 은행의 평균 급여는 지난해 처음으로 6000만원을 넘어섰지만, 올 들어 다시금 줄었다.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은 급여를 지급한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평균 임금은 6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그 뒤로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6000만원의 평균 급여를 지급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200만원, 100만원 줄어든 수치다. 신한은행 또한 같은 기간 평균 급여를 56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줄였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지난 몇 년간 고공행진 하던 은행 직원들에 대한 급여가 올 들어 줄어든 것은 성과급의 영향이 크다. 주요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이에 쉬운 돈벌이를 통해 ‘제 식구 배불리기’에 나선다는 정부·여론의 비판이 이어졌고, 은행들은 제각기 성과급 규모를 축소하고 나섰다.

올 초 국민은행은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통상임금의 2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2022년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280%에 현금 340만원을 얹어준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치다. 신한은행 또한 같은 기간 성과급을 기본급 361%에서 기본급 281%로 줄였다. 하나은행은 이익 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 280%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본급 350%를 책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과급 규모는 줄어든 셈이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하지만 희망퇴직자가 10억원이 넘는 규모의 급여를 한 번에 받는 사례는 지속됐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은행의 보수총액 상위 5명은 각 은행장과 함께 퇴직한 직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8억원이 넘는 금액을 한 번에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10억원이 넘는 보수가 책정된 경우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관리자 직급의 퇴직자 5명에 대해 10억500만원~10억58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한 퇴직자는 퇴직소득으로만 약 9억9000만원을 수령했다. 국민은행 또한 퇴직 조사역 5명에 대해 9억1600만원~9억78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로써 보수총액 상위 5명 중 4명이 퇴직 직원으로 채워졌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연합]

신한은행 또한 보수총액 상위 5명 중 4명이 퇴직 직원이었다. 신한은행은 이들에 대해 8억2700만원에서 8억61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심지어 퇴직 직원 4명의 급여는 현 은행장의 보수(8억2400만원)보다 높았다. 우리은행 또한 부장대우 퇴직 직원 5명에 대해 8억3100만원에서 8억71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 중 한 직원은 법정퇴직금으로 2억9800만원, 특별퇴직금으로 5억2800만원을 수령했다.

다만 은행권은 향후 희망퇴직자들에 지급하는 보수 규모를 점차 줄일 전망이다. 주요 은행들은 올 상반기 진행한 희망퇴직의 보수 조건을 소폭 축소하기도 했다. 거액의 희망퇴직금 또한 ‘돈 잔치’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의 경우 성과급과 달리 경영효율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퇴직 규모나 보수 수준을 유지하기는 다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