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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금일 앞당겨서 대출 받아요” 은행 전화통 불났다…금리 18번 올려도 소용없다[머니뭐니]
대출 문 닫힐라 잔금일 앞당기고 은행에 문의
7~8월 한 달 반 동안 금리 18번 올린 은행들
지난 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영업점에 전화문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한도가 줄어든다고 하니, 잔금일을 앞당겨서 대출을 받겠다고요. 금리를 올려도 소용이 없어요”(시중은행 관계자)

18차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이 지난 두 달 간 금리를 인상한 횟수다. 은행들이 연달아 대출금리를 올리며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출 수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넘어 중단 등 특단의 대책을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대로 가다간 지난 2021년 ‘대출 절벽’ 사태가 재현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다.

은행들 7~8월에만 금리 18번 올려…5대 시중銀 주담대 2주만에 3조원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9조9272억원으로 지난 7월 말(715조7383억원) 대비 2주도 안 돼 4조원 넘게 불어났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2조7260억원으로 같은 기간 3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여전히 은행권의 주담대가 가계대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한 은행의 금리인상 기조는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날에만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주담대 혼합·변동금리를 모두 0.2%포인트, 전월세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HF·SGI 전월세보증금대출도 연 0.1%포인트 올렸다.

전날에는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그 전 날에는 신한은행이 주담대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달부터 두 번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대출 갈아타기 상품을 0.5%포인트나 인상하며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을 신청하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대출을 공급하되, 대출을 갈아타는 이들의 수요는 조절하기 위해 0.5%포인트를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금리변화를 집계한 결과 지난 7월 1일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이 발표한 금리 인상 횟수는 18차례에 달한다. 7월에는 11번, 8월 중순인 현재까지 7차례 금리가 인상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3번의 금리인상과 다주택자·대면 대환대출 취급 중단을 단행했으며, 신한은행 5번, 하나은행 1번, 우리은행 5번, 농협은행 2번, 카카오뱅크 2번, 케이뱅크 2번의 금리인상이 각각 실행됐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출금리를 위주로 속도조절을 해보는 방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8월 들어 접수 물량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사람들의 심리가 워낙 집갑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어 9월 스트레스DSR 시행 등을 앞두고 쏠릴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 전 막차수요 몰릴 수도

[연합]

업계에선 남은 8월 2주가 9월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는 골든타임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스트레스DSR은 차주에게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9월부터 2단계가 시행될 경우 스트레스 금리는 0.75%가 적용돼 차주의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금리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넘어섰다고 이야기한다.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는 현재 시점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게하는 건 금리가 아닌 ‘한도’라는 얘기다. 지난 6월 말에는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을 앞두고 28일 하루에만 주담대가 1조원 이상 폭증하기도 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는 게 가계대출 증가 억제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완화적 주택정책으로 집갑 상승이 기대되는 가운데 가계의 금리부담만 더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은행에는 대출 문이 닫힐까 불안감이 가중된 금융소비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 영업점에는 대출 한도가 1000만원이라도 줄기 전에 잔금일을 앞당겨 대출을 받겠다는 전화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주택공급이 현실화돼 집값이 잡히기 전까지는 대출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출금리 인상이 효력을 잃을 시 대출 중단 등 더 강한 대책이 현실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21년에는 0%에 가까운 기준금리로 인해 가계대출 총량이 급증한 결과, ‘주담대·전세대 중단’이라는 강도높은 조치가 발동됐다. ‘영끌’을 하다 못해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는 금융소비자들을 억제하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 역시 연봉 이내로 제한했다.

한 시중은행의 소매금융 담당 부행장은 “아직 대출중단까지 고민하기엔 빠르다”며 “최근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으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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