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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욜로’에서 ‘요노’로...허리띠 졸라맨 소비자 “가치소비가 대세”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소비 감소
실용성 추구하는 ‘요노’족 늘어
최근 청년층의 소비 패턴이 과시형에서 실용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식당가를 찾은 시민이 김밥 가격을 보고 있는 모습 [연합]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를 지향하던 청년층의 소비 습관이 변하고 있다. 소득이 줄면서 꼭 필요한 것에만 지갑을 여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 소비가 뚜렷하다.

최근 청년층은 실용성을 추구하는 ‘요노’ 소비로 돌아섰다. 요노족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해 최대한 만족을 추구한다. 최근까지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의 ‘욜로’였다. 한 끼에 수십만원을 지불하는 ‘오마카세’ 열풍부터 ‘호캉스’, ‘플렉스’ 등 과시적인 소비가 유행했다.

요노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임금 상승률보다 가파른 물가 상승률이 있다. 특히 청년층의 임금 상승률은 중장년층보다 낮아 가처분 소득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나이가 39세 이하인 2030세대의 지난해 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6590만원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40대와 50대 가구주의 가구소득은 각각 6%, 3.2% 늘었다. 소비 지표도 얼어붙었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6월 전년 대비 3.8% 하락했다.

청년 사이에서 사치품 소비를 줄이는 모습이 감지되는 이유다. 직장인 김모(28) 씨는 “예전에는 한 달에 쇼핑에만 100만원 가까이 쓰기도 했다”며 “요즘에는 옷 하나에 수십 만원 하는 준명품 브랜드 대신 저렴한 SPA(생산·유통·판매 일원화 브랜드) 위주로 소비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 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직장인 이모(30) 씨는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정가 10만원이 넘는 의자를 만원에 구매했다”며 “지갑이 가벼워지면서 과거에 비해 중고 물품을 사는 빈도가 늘었다”고 전했다.

중고품 소비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이베이가 발간한 ‘2024 리커머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베이에서는 중고 및 리퍼비시 상품이 총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특히 MZ 세대가 중고 물품 소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5~34세 소비자 중 71%가 지난 12개월 동안 중고 제품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24%가 매월 중고 상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해 가장 높은 구매 빈도를 보였다. Z세대 21%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중고 제품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외식 대신 집밥을 찾는 수요도 늘었다. 가정간편식(HMR), 대용량·초저가 상품의 매출도 뛰었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9%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6%를 웃돌았다. 직장인 장세영(27) 씨는 “친구들과 함께 맛집 탐방을 다니는 것이 취미였는데 요새는 약속을 크게 줄였다”며 “필수로 나가는 식비도 만만찮아 집밥으로 돈을 아끼고 있다”고 했다.

식사뿐만 아니라 음료 등 부수적인 소비도 감소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대별 커피전문점 결제추정금액은 2019년 상반기 대비 2030 연령의 비중이 줄었다. 반면 40대 이상 점유율은 증가했다. 이는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결제한 금액을 표본조사한 결과다.

‘현금 챌린지’, ‘무지출 챌린지’ 등 각종 소비 관련 챌린지도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다. 지난 1일부터 일주일 동안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한 직장인 양모(27) 씨는 “30분 거리인 회사를 걸어 다니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한다”며 “무료 기프티콘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쌓아뒀던 포인트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인들과 ‘현금챌린지’를 하는 직장인 김모(28) 씨는 “일주일에 5만원을 예산으로 정해두고 생활했다”며 “예전 같았으면 바로 구매했을 물건도 꼭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2번, 3번씩 생각하고 참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침체된 경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소비를 더 위축시킨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도 당장 소비를 줄이지는 않는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때 소비가 얼어붙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로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자산이 없어 소득이 줄어들 경우 더 지갑을 열지 않게 된다”고 부연했다. 전새날·김벼리 기자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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