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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14일에 대지진?”…난카이 지진 우려에 여행객들 ‘휴가대란’
日 기상청 ‘난카이 해곡 대지진’ 주의보에
여행객들 불안감에 수수료 부담 안고 항공권 취소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구역이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영종도=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 직장인 이모(35) 씨는 당장 다음주로 계획했던 여름 휴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원래 이씨는 가족들과 일본 도쿄로 자유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올 5월부터 항공·숙박·현지 유명 식당 등을 찾아 예약까지 했다. 그러나 일본 대지진 가능성 소식에 100만원이 넘는 취소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취소했다. 이씨는 “도쿄로 놀러가는 걸 생각하면서 올 상반기를 버텼는데 가족들이 너무 불안해 해 가지 않기로 했다”며 “또다른 여행지를 이제 와서 알아보기도 늦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100~150년 주기로 찾아오는 태평양 연안 거대 지진인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일본 여행을 앞둔 시민들 사이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잖은 수수료 부담에도 최근 일본 항공 및 숙박권을 취소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기상청 등은 지난 8일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이 대지진의 전조 현상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8일 미야자키현 지진 이후 인근 해역에서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됐다.

난카이 해곡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만나는 지역으로,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해역까지 태평양 연안에 길게 이어졌다.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등의 도시들도 난카이 해곡 주변 지역으로 묶인다.

현재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전망한다. 난카이 해곡 주변에서는 1944년에 규모 7.9 지진, 1946년에 규모 8.0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일대에서 거대 지진이 다시 발생할 경우 규슈 지역을 넘어 동일본과 서일본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나면 해일 높이는 최대 30m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3만명에 달하는 사망자·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채가 피해볼 수 있다. 피해액은 최대 1410조엔(약 1경3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

일본 도쿄에만 있다는 ‘디즈니씨’를 가기 위해 10월 도쿄 항공권을 끊어둔 오모(26) 씨도 지난 12일 항공사에 티켓 취소 문의를 넣었다.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지 않아 항공사 수수료와 여행사 수수료를 이중으로 내야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만일의 사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다. 오씨는 “수수료 지불도 번거로웠지만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을 못 가게 돼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고민은 없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본 현지 상황을 공유하는 글들과 여행 취소를 고민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진이 나면 일본어 하나도 못 하는 내가 현지에서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겁난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떠안고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취소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9월 말 출발인데 취소 수수료가 인당 30만 원이라 일단 지켜보고 있다”며 “가도 걱정 안 가도 걱정”이라 했다. “호텔 등 환불 수수료 탓에 강행하려고 했지만 가족이 반대한다” “오늘 항공과 숙소 모두 취소했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일본 기상청의 경고에 과학적 근거 없는 거짓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기도 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지진운 사진과 함께 ‘8월 14일에 거대 지진이 온다’ 등 날짜까지 특정한 예고 글이 올라왔다. 지진운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난다는 특이한 형태의 구름이다.

여행업계도 당분간 지진으로 인한 일본 여행객들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여행사에선 일본 여행 관련 취소 및 수수료 문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A 여행사 관계자는 “당장 대체 여행지를 찾기 어려운 데다 취소 위약금 문제도 있어 환불 절차를 밟는 고객이 평소 대비 많지는 않다”면서도 “지진 이후 현지 상황을 물어보며 여행을 가도 괜찮은지 걱정하는 전화가 늘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와 여행을 계획한 경우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해 취소수수료를 내고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B 여행사는 ‘일본 지진으로 인해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일본 항공권 전용 상담구를 개설하기도 했다. 해당 여행사는 한 달 뒤 추석 연휴기간을 맞이해 일본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진으로 상품 판매 실적이 저조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한편, 일본정부관광국(JNTO)에선 별도의 안내 관련 공지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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