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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늘 “‘나랑 잘래?’ 너무 어려운 대사…마흔 아홉에도 멜로를 꿈꾼다” [인터뷰]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로 OTT 입성
가장 어려운 대사는 ‘나랑 잘래?’
배우 김하늘 [디즈니플러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2002년 드라마 ‘로망스’ 중)

시대를 아우르는 ‘로코’(로맨틱 코미디) 장인이었다. 때로는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진 비련의 여주인공 같지만 진한 멜로와 사랑스런 로맨틱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20대의 싱그러운 새침함을 여전히 간직하면서도 이름만큼이나 청명한 빛을 낸다. 원조 ‘시청률의 여왕’은 이번에도 해냈다.

디즈니+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극본 최윤정, 연출 박홍균)을 마친 김하늘의 얼굴은 밝았다. 드라마는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기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디즈니+ TV쇼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드라마는 전형적이다. 재벌, 불륜, 상속 전쟁까지 클리셰가 뒤범벅 됐다. 김하늘은 드라마에서 가난과 가족의 무게를 안은 흙수저에서 골프선수로 ‘인생 역전’해 대한민국 재벌가 맏며느리가 된 오완수 역을 맡았다. 그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과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며 마음을 공유한다.

김하늘은 “옛날 느낌이 많이 나는 대본이라 또래 분들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특히 다른 세대, 해외 시청층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신기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로 김하늘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늘고, 해외 팬들에게 편지도 받았다.

배우 김하늘 [디즈니플러스 제공]

이 작품을 선택한 데엔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다. 그는 “대본에 적힌 옛날 식의 대사가 오랜만이라 신선했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며 “사실 지금 친구들은 겪지 못한 옛날 감성이다. 제가 20대 중반이었을 땐 이런 드라마가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그 시절 정작 김하늘은 ‘화인가 스캔들’과 같은 장르의 드라마는 하지 않았다. 김하늘은 늘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었던 배우였고, 한국 ‘로코의 상징’이었다. 그는 “그때 이런 장르의 드라마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의 제게 이런 대본이 와서 오히려 새로웠다”고 했다.

그럴 지라도 모든 장면과 연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직설적인 단문으로 이뤄진 ‘직진형 대사’는 콘텐츠로의 미학을 가렸다.

“‘나랑 잘래’라는 대사는 좀 힘들었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풍의 대사였거든요. 하지만 드라마 전개 상 이보다 나은 대사가 없더라고요. 주어진 상황에서 진지하고 진심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쉽지 않은 대사였지만, 현장은 모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는 “촬영 초반에 찍은 대사라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낯가리던 상황이라 웃음기 거두고 진지하게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정지훈이 가장 쉽지 않은 대사로 꼽았던 ‘내 여자 할래요’의 상황과는 달랐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땐 이미 모두가 끈끈해지고 친해진 상황. 김하늘은 “그 신을 찍을 때 내가 먼저 웃어서 NG가 났다”며 “저도 지훈 배우도 한 번 웃음이 터지면 잘 멈추지 못해 그 신을 찍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내내 ‘돈 많이 쓴 막장’에 ‘불륜물’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시청자들과 배우들의 생각은 달랐다. 정지훈은 완수와 도윤의 감정을 “불륜이 아닌 일탈”로 봤고, 김하늘은 “사랑 이상의 복합적 감정”으로 봤다.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를 수 있어요. 완수는 아무도 편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위태로웠어요.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목숨 바쳐 자신을 지켜준다는 게 정말 감동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감정을 사랑이라는 단순한 형태로만 볼 순 없더라고요. 더 복합적인 감정이 있을 것 같았어요.”

배우 김하늘 [디즈니플러스 제공]

두 사람의 키스신에 대해선 제작진과 많은 논의를 거쳤다. 그는 “정말로 키스신을 넣어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이 지점에선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자신을 지켜줘서 고맙고, 살아 있어줘서 고마운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하늘은 1996년 모델로 데뷔해 1998년 ‘바이 준’으로 스크린 데뷔를 알렸다. 어느덧 데뷔 28주년. 시간이 흐르며 모든 배우들은 선택이 폭이 좁아진다. 그는 “요즘엔 작품과 직업을 대하는 방향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잘 되는 작품 위주로 선택했거든요. 요즘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돼서 촬영 기간 동안 행복하게 보내는 게 중요해졌어요. 물론 결과 역시 중요하고 좋은 작품 보여드리는 게 바람이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좀 더 중요하더라고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김하늘은 육아 7년차의 워킹맘이다. 그는 “하루가 24시간인데 일이 두 가지로 늘어나니 힘들긴 하다”며 웃었다.

“둘을 쪼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니까요. 엄마이기 전에 배우였고 그 일을 30년 가까이 해서 배우로는 베테랑이지만, 육아는 처음이잖아요. 어렵더라고요. 너무 행복하지만 제가 없어진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종종 현장에선 진짜 나를 만난다는 생각도 들어요.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수많은 작품에서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줬지만, 김하늘은 여전히 새로운 얼굴을 가진 배우다. 그는 “성격이 밝고 웃는 걸 좋아해서 망가지고 엉뚱한 캐릭터,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의 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늘 ‘멜로의 중심’에 서는 것은 그의 바람이다.

“원래 연기자가 꿈이 아니었는데, 오랜 기간 운 좋게 주인공을 계속 맡았어요. 돌아보니 스물 아홉, 서른 아홉 살에도 멜로 작품을 했더라고요. 곧 마흔 아홉 살이 되는데 그때도 멜로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꼭 이루고 싶은 목표에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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