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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는 ‘봉꾸’·TXT는 ‘친구 찾기’, 세븐틴은 ‘신구 호환’…다 같은 응원봉이 아니다 [K-응원봉]
하이브, 韓 유일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
아티스트마다 디자인ㆍ탑재 기술 달라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 [하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 7만 개의 캐럿봉이 찬란하게 발광하며 닛산 스타디움에서 춤을 췄다. 일본의 원톱 K-팝 스타 세븐틴의 2024년 현지 콘서트. 최신 기술력이 모두 적용된, 가장 정교하게 진화한 응원봉 연출을 마주한 공연이다.

#2. 2023년 1월 엔하이픈의 첫 돔 투어인 쿄세라돔 콘서트. 무대 양쪽에서 세로 21m, 가로 125m 규모의 두 개 구역 객석에서 ‘엔하이픈’과 팬덤 ‘엔진’이라는 거대한 글자가 떠올랐다. 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정교한 레터링을 연출, 어느 자리에서나 눈에 띄도록 객석 가득 글자를 적었다.

‘응원봉’은 K-팝 콘서트의 필수품이다. 응원봉을 손에 꼭 쥔 팬들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총천연색 공연 연출의 핵심이 된다. 방탄소년단(BTS)·세븐틴 등이 소속된 하이브에 따르면 소속 아티스트의 한국 공연에선 90% 이상, 미국에선 75%의 관객이 응원봉을 들고 콘서트장을 찾는다.

이승석 하이브 브랜드시너지본부 대표는 “LA 등 미국 투어를 가보면 현지 뮤지션들은 관객들이 응원봉을 들고 오는 모습을 굉장히 신기해하고 감명을 받는다”며 “꽤 무게가 나가는 응원봉을 팬들이 자발적으로 가져와 페어링을 하고 콘서트의 연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K-팝 팬덤에게 응원봉은 ‘최애’ 아티스트의 또 다른 분신이자 팬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장치다. 그래서인지 팬들의 ‘응원봉’을 향한 애정이 상당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응원봉에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뉴진스는 빙키봉,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모아봉, 르세라핌은 핌봉이다. 방탄소년단의 응원봉은 아미밤이다.

아미밤은 이름 때문에 곤혹스러운 에피소드도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 한 때 “미국 공연에선 절대로 ‘아미밤’을 언급해선 안된다”는 지령이 떨어진 적이 있는데, ‘밤(Bomb, 폭탄)’이란 이름 때문에 응원봉 소지자들이 자칫 테러리스트로 분류될 수 있어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응원봉 [빅히트뮤직 제공]

국내에서 유일하게 응원봉의 기술, 디자인 등을 자체 개발해 제작 중인 하이브는 현재 그룹, 솔로 가수 11개 팀의 응원봉을 내놓고 있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중 가장 먼저 응원봉을 제작한 그룹은 단연 방탄소년단이다. 2015년 처음으로 ‘아미밤’이 등장했다. 하이브가 100% 자체 제작 시스템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응원봉은 2020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모아봉이다. 이전까진 아웃소싱을 통해 응원봉을 만들었다면, ‘모아봉’을 시작으로 각각의 아티스트를 상징하는 응원봉을 내놓게 됐다.

이 대표는 “응원봉의 기획, 디자인, 기술 개발, 특허, 운영, 연출, CS(고객 서비스)까지 내재화한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진행하면서도 보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원가 상승, 저사양·저용량 반도체 수급 문제 등에 미리 대비할 수 있었던 것도 (자체 생산 시스템으로 인해) 각종 자재를 사전 구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응원봉에서 반도체 칩은 색상을 다양하게 연출할 때 중앙 컨트롤 시스템과 연동하는 데에 꼭 필요한 부품이다. 내부에서 모든 제작하니 팬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버전 업을 하는 데에도 훨씬 수월하다.

응원봉은 팬들이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소품인 만큼 원활한 작동은 물론, 내구성도 중요하다. 하이브에 따르면, 응원봉 제작 과정에 충격, 낙하, 저온부터 고온에서의 동작 시험 등 총 30여개의 신뢰성 테스트 항목을 기준으로 한 품질과 안전성 시험이 포함된다. 특히 낙하 테스트의 경우 높이 100m 이상, 다양한 바닥 환경을 설정해 진행하고 있다. 하이브 사옥의 카페에선 대형 공간에 천막을 치고 ‘응원봉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응원봉은 무엇 하나 같지 않다. 각각의 아티스트마다 저마다의 차별점을 가진다. 디자인은 물론 핵심 기술도 각 응원봉마다 달리 적용된다.

응원봉의 핵심은 디자인이며, 디자인의 기본은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다. K-팝 업계의 모든 응원봉은 각 그룹의 세계관과 상징색, 이미지, 팬덤의 이름과 의미를 반영해 디자인된다.

특히 하이브는 응원봉만을 디자인하는 팀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응원봉 제작에 공을 들인다. 이 대표는 “응원봉의 디자인 과정에서 아티스트와의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당수의 머천다이징이 이벤트성 판매인 데 반해 응원봉은 최소 몇 년간 소장하고 사용해야 하는 만큼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잘 적용해 유니크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응원봉인 ‘아미밤’은 군대(아미)와 폭탄(밤) 형상의 구형으로 만들어졌고, 세븐틴 ‘캐럿봉’은 다이아몬드 형상으로 제작됐다. ‘멀티 증착’을 통해 제작, 응원봉에서 오묘한 색상으로 빛이 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줬다. 신구 버전의 부품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캐럿봉의 특징이다.

르세라핌의 응원봉은 ‘패션 브랜드’처럼 접근, 기존 응원봉과 다른 파격적인 형태로 태어났다. 야구방망이 모양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모아봉’의 핵심은 ‘모아(TXT 팬덤) 찾기’ 기능이다. 이 대표는 “중앙 컨트롤을 하지 않아도 응원봉끼리 서로를 인식해 반경 5m 안에선 스스로 색상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특허까지 출원한 기능이다. 뉴진스의 ‘빙키봉’은 팬덤의 상징인 토끼 모양으로 제작, 토끼의 눈 부분을 탈부착해 아티스트의 이니셜로 꾸밀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최신 ‘응원봉 트렌드’인 봉꾸미기 기능을 더한 것이다. 엔하이픈의 엔진봉은 전원을 켜면 엔진처럼 LED가 회오리 친다.

이승석 대표는 “K-팝 응원봉은 통상적으로 ‘봉’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현재는 단지 ‘봉’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웨어러블 장치로서 디자인이 달라지고 있는 게 요즘 추세”라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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