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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안전성 우려에 신차 출시 앞둔 車업계 ‘촉각’
전기차 화재 작년 72건...해마다 증가세
하반기부터 국내외 신형전기차 속속 출시
배터리 인증제·ESG 소비자 선택권 화두
“품질 앞세운 ‘K-배터리’ 경쟁력 커질듯”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여파로 전기차의 안전성이 이슈화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고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줄줄이 신차 출시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전기차 구매를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이슈가 촉발되면서 국내 배터리에 대한 경쟁력이 더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불안감 급속 확산...“배터리 안전 우려 해소 급선무”=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서구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 중이던 메르세데스-벤츠 중형 전기 세단 ‘EQE’ 차량에 불이 붙으면서 큰 화재로 번졌다. 이번 화재로 주민 23명이 병원치료를 받았고, 차량 40여 대가 불에 타고 100여 대가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사고 발생 이후 일부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에서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에 나섰고,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만 설치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증가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최근의 우려가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주춤해진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4% 줄어든 8만613대로 집계됐다.

이번 화재 사고 이후 신차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캐스퍼 일렉트릭을, 기아는 ‘EV3’를 각각 출시하며 전기차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도 올해 하반기에 중형 전기 SUV ‘이쿼녹스 EV’를 출시할 예정이며, 폴스타는 엔트리 전기 세단 폴스타 2에 이어 국내에 선보이는 두 번째 모델 폴스타 4를 이달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섭씨 1000도 이상의 열이 발생하면서 배터리 셀이 모두 녹아버리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찾기 어렵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 등 화재 위험성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완전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인증제·ESG 소비자 선택권 등 제도적 장치 주목=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배터리 인증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비자 선택권’ 제도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 2월 도입을 앞둔 배터리 인증제도는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는 것이다.

ESG 소비자 선택권도 주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ESG 소비자 선택권에 대해 “기업은 소비자가 정보에 기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검증 가능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가로막혀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게 이 권리의 골자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화재 리스크 여파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에 한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 차량은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가 제조한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났을 당시 중국 1위 배터리업체인 CATL 제품이 이 차량에 탑재된 것으로 잘못 알려진 바 있다.

특히, 배터리 인증제에 이어 ESG 소비자 선택권 도입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품질을 앞세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가격 낮추기에 초점을 두고 품질보다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번 인천의 아파트 화재 차량에 탑재된 파라시스의 하이니켈 배터리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이슈가 끊이질 않았다.

앞서 지난 2021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에 대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여 대를 리콜 조치하기도 했다. 아울러 같은 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배터리 결함을 이유로 파라시스 배터리를 쓴 창청자동차의 전기차 ‘오라 IQ’ 1만6216대에 대해 리콜 조치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벤츠를 비롯한 일부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산 각형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택하는 수익성 확보 중심의 전략을 폈다”라면서 “그러나 이번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전기차 제조사들이 ‘K-배터리’로 눈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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