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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화, 글로벌 시장 ‘뇌관’으로 부상…‘엔 캐리 청산’ 영향 언제까지
글로벌 증시 폭락 부추긴 ‘엔 캐리 자금 유출’
5000억달러 중 약 2000억달러 청산 추정
다급해진 BOJ 일주일만에 “금리인상 안해”
6일 일본 도쿄의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를 보여주는 전광판 사이를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 가치가 반등하자 엔 약세에 베팅했던 자금이 대규모 철수했고 글로벌 증시 폭락장이 연출됐다. BOJ가 추가 금리 인상 자제를 밝히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증시에 지속적인 암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글로벌 투자자들의 걱정거리로 전락’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주가 급등과 엔저로 지난 1년간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일본이 시장과 경제에 대한 세계의 기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 시장 곳곳에 침투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철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대규모 충격을 가했다는 의미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저렴한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저리의 엔화 자금을 활용하는 글로벌 시장이 워낙 넓기 때문에 자금 이동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제임스 맬컴 UBS 글로벌전략가는 2011년 이후 누적된 달러-엔 캐리트레이드 규모를 약 5000억달러(약 688조9500억원)로 추산했고, 이 가운데 절반은 지난 2~3년 사이 쌓인 것으로 판단했다.

투자은행 도이치방크는 1990년 이후 누적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20조달러(약 2경75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BOJ가 기준금리를 연 0~0.1%에서 0.25%로 인상하며 통화정책 변화를 예고하자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우려해 서둘러 청산에 나섰다. 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미국 기술주 등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했고, 이를 엔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7월 3일 달러당 161엔대로 치솟은 엔화는 8월 5일에 장중 141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 225 평균 주가는 이날 12.4% 폭락했고,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 떨어졌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지며 글로벌증시에 블랙먼데이가 연출됐다.

JP모건 등 월가 투자은행들은 최근 몇 주 간 엔캐리 트레이드가 50~60%가량 청산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맬컴 전략가도 엔캐리 트레이드 전체 자금 5000억달러 중 약 2000억달러(275조7000억원)가 철수됐다고 봤다.

벤자민 샤틸 JP모건 통화전략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얼마나 큰지, 또는 지금 얼마나 많은 돈이 풀렸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단기 차익을 노린 캐리트레이드는 철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금 유출은 일본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히로후미 스즈키 스미모토 미쓰이은행 외환 전략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소비와 투자가 억제되는 위험이 있다”며 “계속되면 기업과 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웨이 리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과거와 비교해 이번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속도를 과도한 반응으로 평가하면서 “일본에 경기침체 두려움 이상의 것이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리 전략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망했다.

엔화 자금이 증시 폭락의 기폭자가 됐다는 비판 속에 BOJ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주식시장 변동성도 기업 활동과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BOJ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당 엔화 환율은 146엔대로 오르며 진정됐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일본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금리 인상 후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는 예측할 수 없었다”며 “지금은 시장을 배려한 말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BOJ의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적 발언이 시장을 진정했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헤지펀드에 이어 가계, 기업 등 일반적인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엔 캐리트레이드 철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카시마 오사무 씨티은행 통화분석가는 “현재 (엔화) 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망하면서 2026년까지 엔/달러 환율이 129엔를 기록한 뒤 2027년까지 116엔 기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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