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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월요일’…한국 덮친 R의 공포
블랙 프라이데이 이어, 5일 코스피 2600선 아래로
미 경기침체 신호에 중동전쟁 위기 고조까지
9월 0.5%p 인하 가능성 고조…“7월 동결” 실기 비판도
금융위 “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등 면밀히 모니터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1일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경원·정목희·김용훈 기자]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5일 코스피가 2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장중 26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주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어 ‘블랙 먼데이’가 연출됐다. 이란의 보복 공격과 이스라엘의 맞불 대응 예고에 5차 중동 전쟁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4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3.56포인트(3.50%) 하락한 2582.63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23.94포인트(3.07%) 내린 755.39다.

지난 2일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하락률인 3.65%를 기록하며 2700선을 내준 코스피는 이날 2600선마저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748억원 순매도하고 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952억원, 1708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7118억원 순매도하는 등 자금 이탈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 26분 기준시가총액 상위 200위권 중 GS리테일(0.45%)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내리는 등 대형주들이 무차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4.4%)가 큰 폭으로 내리고 있고, SK하이닉스(-2.71%), LG에너지솔루션(-2.98%), 삼성바이오로직스(-3.07%), 현대차(-3.48%), 기아(-4.67%), 셀트리온(-3.36%), KB금융(-5.05%), 신한지주(-6.13%) 등도 줄줄이 내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889개 종목이 내리고 있고, 28개 종목 상승, 5개 종목은 보합이다. 코스피 종목 중 96%가 내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전망보다 안 좋게 나오며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공포로 바뀐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면서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맞물리면서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월가 일각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아닌 동결을 선택한 것을 두고 정책 실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은 물 건너가고 경기침체 우려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골디락스’ 경제를 응원하던 입장에서 불황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들(연준)이 실수했다. 금리를 몇 달 전에 내렸어야 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달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시티는 7월 고용 보고서 발표 직후 “향후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려 할 가능성이 커 올해 실업률이 5% 이상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라며 연준이 9월과 11월 FOMC에서 각각 0.5%포인트씩, 12월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연준이 올해 2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가 고용 보고서가 나온 이후 3회로 전망을 수정했다.

다만 이번 고용지표 악화는 팬데믹으로 과열됐던 고용시장이 진정되면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이를 액면 그대로 모두 받아들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8%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1%)를 크게 웃돌았고 지난 1분기(1.4%)보다도 훨씬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흥분해서는 안 된다”면서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경제가 곤경에 처해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RBS캐피털마켓츠의 마이클 리드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지금은 일반적인 경제 사이클이 아니다”면서 “코로나에 의한 ‘요요효과’ 때문인데 현재 변화의 속도에 속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리스크 점검회의에서 “최근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증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한은은 높은 경계심을 가지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긴밀한 관계기관 공조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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