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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메프 불똥’ 은행 ‘연체 늘라’ 속앓이
티메프 미정산대출 잔액 1465억
SC제일銀 만기연장·이자전액 지원
은행권, 장기 분할상환 전환 검토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기업회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선정산대출을 취급했던 은행들이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판매자들의 분노와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자 감면 등 금융지원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데다, 금융당국도 영업 관행상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선정산대출을 취급했던 시중은행(KB국민·신한·SC제일)들은 선정산대출에 대한 연체로 티메프 판매자들이 추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대 1년의 만기 연장과 이자 감면, 상환 유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선정산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했던 SC제일은행은 이날 티메프의 온라인 판매자들을 위한 선정산대출 ‘파트너스론’을 보유한 차주가 원할 경우, 상품을 대환대출로 전환해 3개월 기간을 연장하고 정산 지연에 따른 대출이자와 향후 3개월간의 대환대출 이자를 은행에서 모두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환대출 전환 및 만기 연장은 정산일 경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업체에 적용되며, 판매자가 단기 연체에 따른 신용도 하락 영향을 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조치도 동반된다. SC제일은행은 이외에도 원리금 상환 방식을 단기에서 장기 분할 상환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선정산대출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입점 판매자들이 플랫폼 업체에서 판매대금을 정산받기 전에 신용평가 없이 매출채권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추후 정산이 이뤄지면 자동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상품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매대금 정산에 50~60일걸리는 구조를 감안해 2018년에 만들어졌으며, 5~6%대의 금리 부담에도 급전이 필요한 영세 소상공인들이 많이 이용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당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선정산대출 취급 잔액은 1465억원 규모다. SC제일은행이 105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414억원), 신한은행(4400만원) 순이었다. SC제일은행의 선정산대출은 티몬(558억원), 티몬월드(366억원), 위메프(127억원) 입점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선정산대출을 받은 판매자들의 자금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대 1년까지 만기를 연장하더라도 그 사이에 판매대금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회생과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신청한 티몬·위메프의 정상화 과정에서 채무 중단·탕감 등 변수가 많아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정산대출로 수십억원을 빌린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은행들이 입점업체들에 대출한도를 늘리자고 종용했다”, “티몬월드로 이전하면 대출한도를 3배까지 늘려줬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선정산대출 취급은행이 무리한 영업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판매자들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은 당초 업계 관행에 따라 직전 3개월 매출액 평균의 3배까지 한도를 열어놓던 것을 1.5배로 줄였다가, 다시 3배로 늘렸다고 해명한다. 티몬월드 플랫폼을 콕 집어 한도를 확대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충당금 및 손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선정산대출 영업현황과 대출한도 확대 배경 등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강승연·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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