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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의집’ 후원금 돌려받나…대법원 파기환송 “후원 목적과 실제 사용 불일치”
경기도 나눔의집.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나눔의집’이 안내한 후원금 사용 내역과 실제 용처가 다르다며 후원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후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1일 나눔의집 후원자 A씨가 나눔의집을 상대로 제기한 후원금 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기각하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인식한 후원계약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눔의집은 1992년 경기도에 설립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이다. 운영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집(나눔의집 법인)이 맡고 있었다. 2020년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나눔의집 시설에 거주 중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복지에 쓰고 있지 않다는 내부 폭로가 나와 논란이 됐다. 후원금 상당수가 법인 계좌에 보유돼있으며 향후 노인 요양사업에 쓰일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같은해 후원자 23명은 실제 후원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다며 후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2심에서는 5명이 항소했고, 항소심 패소 이후에는 A씨만 상소했다.

나눔의집은 후원 목적에 따라 총 4개의 계좌로 후원금을 받았다. ▷정기후원 ▷일반후원(할머니들의 생활·복지·증언활동 지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후원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 등이다. A씨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일반후원 계좌에 총 31회 후원금을 입금했다.

1심 재판부는 나눔의집 법인이 후원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홈페이지에 안내된 후원목적별 입금계좌가 ‘지정후원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지정용도가 상세히 명시된 경우 ‘지정후원금’으로 지정 용도 외에 사용할 수 없지만, ‘비지정후원금’의 경우 시설 운영비 등으로 지출이 가능하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후원금은 ‘비지정후원금’에 해당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생활환경에 대한 개선이나 증언활동 지원을 위한 각종 활동 등에 대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나눔의집 법인이 후원자들을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나눔의집 법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 지원에 사용할 것처럼 기망하거나 착오에 빠뜨려 후원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 재판부 또한 1심 판결을 대부분 수용하며 항소 기각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나눔의집 법인의 후원금 모금 형태가 착오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어떤 인식이 장래에 있을 단순한 예측·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예측·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고, 실제로 있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착오로 다룰 수 있다”고 전제했다.

기존 법리에는 계약 당시 미래 사항 발생을 예측한데 그치는 경우 착오로 다룰 수 없다는 내용만 있다. 대법원은 이에 더해 미래 상황의 근거가 되는 인식이 현재에 존재하고, 실제와 다르다면 착오로 다룰 수 있다는 법리를 새롭게 세웠다.

대법원은 “후원계약 목적은 단순한 동기가 아니라 계약 내용에 편입됐고,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며 “후원 안내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되리라는 인식을 가졌다. 대부분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은 원고(후원자)가 가지게 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눔의집 법인의 후원금 안내가 후원자를 착오에 이르게 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착오의 불일치가 존재하고 원고가 착오에 빠지지 않았다면 후원 계약 체결이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평균적인 후원자 관점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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