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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서구’냐 ‘보복’이냐…하마스 1인자 피살에 시험대 놓인 이란 대통령
강경파 목소리 커지고 서방과 관계 증진 어려워질 듯
이란 최고지도자, 이스라엘에 “가혹한 보복” 지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비겁한 행동’ 후회하게 할 것”
가자지구 내 전쟁 상황엔 큰 변화 없을 듯
마수드 페제스키안 이란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테헤란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후 원내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암초를 만났다. 서방과의 관계 회복을 공언한 ‘개혁파’ 대통령이지만 ‘저항의 축’ 중 한 나라로서 자국 수도에서 암살이 벌어진 상황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살해된 것은 그동안 서방 세력과의 냉각된 관계를 완화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운 페제시키안 대통령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하니예가 이날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테헤란에 위치한 그의 거처를 표적으로 한 이스라엘의 급습을 받아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고 밝혔다.

FT는 이란에서 하마스의 서열 1위 지도자가 살해됐다는 점은 이란의 안보에 심각한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란의 수도에서 고위급 지휘관을 암살했다는 점은 이란과 헤즈볼라에게 굴욕을 선사했고, 전면적인 지역 전쟁으로 불거질 위험을 높였다”고 전했다.

개혁주의 분석가인 사이드 라일라즈는 “이번 사건은 페제스키안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타격을 넘어 이란 정부에 주는 타격”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도자 중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란에 보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암살 사건으로 이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책이 고려될 수 있고, 페제스키안 행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외교 정책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이란 내 강경 성향 성직자인 하미드 라사이는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이 오랜 적국과 ‘직접적인 대결’을 벌이고 있다”며 “유일한 대응은 이스라엘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RGC 사령관 출신인 호세인 알레이는 “이번 암살은 이스라엘이 개혁이나 외부와의 관계 개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낸 것”이라며 “페제스키안 대통령이 서방과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무산시킬 의도가 내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수드 페제스키안 이란 대통령(가운데 오른쪽)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운데 왼쪽)가 지난 30일(현지시간) 테헤란 의회에서 열린 선서식에서 포옹하고 있다. [AFP]

이미 이란에선 하니예 암살에 대한 보복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날 IRNA, 메흐르통신 등 이란 매체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성명에서 “범죄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며 “그들이 가혹한 징벌을 자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엑스에 “테러리스트 점령자(이스라엘)들이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후회하도록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 상황이 휴전으로 이어지는 등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그의 지휘 아래 가자지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투에서 변화가 생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니예는 사망 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죽음을 비롯해 다른 하마스 지도자들의 죽음이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임하는 입장으로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스라엘 역시 하니예의 사망에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취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방위군 정보국장을 지낸 타미르 헤이먼 국가안보연구소(INSS) 소장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치른 지 10개월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전술이나 입장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 휴전협정과 포로 석방을 추진하고 북쪽 국경을 확보하는 데 관심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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