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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도연의 건조한 ‘새 얼굴’…‘믿보배’ 카메오 군단도 출격했는데 [요즘 영화]
영화 ‘리볼버’…액션 덜어낸 절제의 복수극
핏빛 누아르 기대했다면 “실망할수도”
영화 ‘리볼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내가 무슨 ‘각오’를 해야 하는데?” “언니는 어디까지 ‘각오’하고 왔어요?” “약속한 돈을 받는데 무슨 ‘각오’가 필요해.”

눈치 빠른 관객은 안다. 영화 초반부터 서로 다른 장면 곳곳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 영화는 버려지는 대사 없이 모든 복선을 회수할 것임을. 그렇게 대사를 조각 내 퍼즐 맞추듯 배치한 장면 너머로 시선이 가닿기 시작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쓴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자신의 몫을 되돌려 받기 위해 끝내 리볼버 권총을 차게 되는 이야기다. 수영은 보상을 약속했던 ‘앤디’(지창욱 분)를 찾아 나서고, 이 과정에서 조력자인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윤선’(임지연 분)과 동행하게 된다. 연출을 맡은 오승욱 감독은 “영화가 시작될 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던 수영이 복수를 시작하면서 피와 살, 뼈를 찾아 결국 보이는 인간이 되는 과정의 이야기”라며 “난도질하는 액션보다는 대사로 끌고 가는 영화”라고 전했다.

영화 ‘리볼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캐릭터들이 가진 딜레마가 얽히고설키면서 수영의 총구가 겨누는 대상이 미끄러지듯 변주된다. 무자비한 빌런인 줄 알았던 앤디는 알고 보니 결핍투성인 망나니다. 능글맞은 윤선은 권력의 역학구도에서 이용당하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그 과정에서 전도연 특유의 감성이 깃든 연기가 섬세하게 피어난다. 거칠고 상처 많은 인간 군상을 다루는 건 영화 ‘무뢰한’(2015)에서도 보여줬던 오 감독의 전매특허인데, 이번 영화에도 그의 강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건조하고 서늘한 수영의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누아르 범죄물의 문법을 스리슬쩍 비껴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영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은 놀랍도록 잔잔하기 때문이다.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그는 격(格)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클로즈업 숏으로 전도연의 표정을 끌어당긴 장면들에선 그의 서슬 퍼런 눈빛과 입가에 번지는 미세한 떨림에 주목하게 된다.

영화 ‘리볼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는 반대로 말하면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벌이는 피의 복수극을 기대했다면, 영화에 실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숨 막히게 전개될 것만 같았던 서사는 중반을 넘어가면 뒷심을 잃고 늘어진다. 최고조에 이르렀던 긴장감이 어느 순간 확 맥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삭히고 참는 전도연의 무미건조한 감정선이 되려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지점에 다다르게 만든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 이어 다시 한번 액션 연기를 펼친 전도연은 “액션신이 많을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원하는 건 짧고 강렬한 액션이었다”고 했다.

놓칠 수 없는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화려한 카메오 군단이다. 이정재를 중심축으로 정재영, 전혜진 등 초호화 스타 배우들이 특별 출연한다. 특히 영화 초반부터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이정재는 주연으로 이름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강렬하다. 그가 영화에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오 감독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며 “이번 작품의 경우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가 배우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을 때 뜬금없이 이정재가 ‘내가 한다’고 해서 기적처럼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리볼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야말로 ‘지창욱의 재발견’도 영화의 묘미다. 지창욱이 광기의 얼굴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때때로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은 막을 도리가 없다. 장르의 변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는 지창욱이 보여주는 ‘미친 찌질함’이 폭발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재미가 나온다.

이번 영화는 ‘무뢰한’으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인정받은 오 감독과 전도연, 그리고 ‘신세계’(2013), ‘아수라’(2016), ‘헌트’(2022) 등을 제작한 사나이픽처스가 두 번째로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박일현 미술감독, 강국현 촬영감독, 조영욱 음악감독 등 ‘오승욱 사단’도 다시 한 번 뭉쳤다.

오 감독은 “준비하는 영화가 있었는데 잘 안됐다. 집에 누워 있었는데 전도연이 전화가 와서 뭐 하냐며 술을 사주겠다더라. 낮술 마시러 삼겹살집에 갔더니 ‘그렇게 있지 말고 빨리 시나리오 써서 한 작품 해라’고 했다”며 “그렇게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114분, 15세 관람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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